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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CP 시장, 3분기도 팽창 '계속'…여전사 주도 [Market Watch]금리 인상기 투심 위축 영향,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가능성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1-10-12 08:27:2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 기업어음(CP) 시장이 갈수록 덩치를 키운다. 3분기에도 팽창세를 이어갔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주를 이뤘지만 비금융기업도 발행사로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한라, 현대삼호중공업 등 비금융 기업들은 대부분 전매제한을 통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회피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장기CP 시장이 팽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전채보다 상대적으로 금리 변동성에 안정적인 장기CP로 투자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CP 발행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동시에 일괄신고제 무력화 우려도 고조된다. 금융당국은 발행사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본조달 규모를 관리하고자 일괄신고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장기CP는 일괄신고제를 적용받지 않아 금융당국의 사각지대를 확대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기CP 시장 팽창 계속, 만기 더 길어졌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발행된 장기CP는 모두 4조63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나 2분기에 비해 증가세를 이어갔다. 장기CP는 올 1분기 1조3450억원, 2분기 4조4200억원 발행됐다.

발행사 수도 늘었다. 모두 20곳이다. 1분기 장기CP 발행사는 12곳, 2분기 16곳에서 더 증가했다. 대부분이 카드사와 캐피탈사였지만 비금융기업도 발행대열에 더러 참여했다.

대한석탄공사와 롯데지주, 한라, 현대삼호중공업 등이다. 대한석탄공사는 공사채를 정상적으로 발행할 수 없어 장기CP를 주요 조달창구로 활용한지 오래다.

롯데지주와 한라,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이미 한 차례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반기 이후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공모채 수요예측 절차를 밟기가 번거로워 장기CP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는 그나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규제를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한라와 현대삼호중공업은 증권신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발행일로부터 1년 동안 전매제한 조치 등을 걸어두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피할 수 있는데 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발행된 장기CP 만기도 상반기보다 길어졌다. 상반기 최장기물은 삼성카드가 발행한 것으로 5년 1개월물(1856일물)이다. 그런데 7월 삼성카드가 7년(2557일물)짜리 장기CP를 발행하면서 연중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3년 이상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만기 3년 미만 장기CP는 9100억원에 그쳤다. 반면 만기가 3년이 넘어가는 장기CP는 모두 3조7200억원에 이르렀다. 만기 5년 이상 장기CP도 1조800억원에 달했다.

6일 기준으로 지난해 발행된 장기CP잔량은 6조5570억원이다. 이 가운데 80%가량이 만기 3년 이내 장기CP인 것과 대비된다. 만기 5년 이상 장기CP는 2020년 3200억원 발행되는 데 그쳤다.

◇금리메리트 부각,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장기CP 시장의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추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CP 시장은 금리 인상기 등 시장이 불안정할 때 투자자와 발행사가 몰리는 특징이 있다. 평가방식과 투자자층, 편입되는 펀드가 회사채와 다르기 때문이다.

장기CP 조달금리가 여전채보다 낮게 발행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투자심리는 시장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기에 더 위축되어 있다”며 “여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해도 금리 측면에서 장기CP가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여전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기CP 시장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팽창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연말까지 장기CP 시장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발행을 예고한 기업도 적잖다. 산은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IBK캐피탈, 메리츠캐피탈 등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0월에 장기CP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각지대 확대 ‘계속’

장기CP 시장의 팽창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다. 단기자금 조달수단인 CP가 장기물로 발행되면서 자본시장이 왜곡될 수 있어서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이 사실상 회사채와 같다.

그러나 장기 신용등급보다 훨씬 체계가 단순한 단기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발행된다. 장·단기 금리가 왜곡될 소지도 크다. 크레딧 리스크를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실하다. 회사채는 각 만기구조 별로 유통시장이 있어 유통수익률 변동을 통해 크레딧 리스크를 시장에서 검증받지만 장기CP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더욱이 비금융 민간기업의 경우 전매제한 조치를 활용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자본시장법상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편법이 보편화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장기CP가 기승을 부릴수록 일괄신고제의 도입취지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일괄신고제는 금융사의 발행 편의성을 제고하고 자금조달 규모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관리하고자 도입한 제도다.

여전사는 일괄신고제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기CP는 일괄신고제 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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