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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의 'J커브' [thebell note]

이은솔 기자공개 2021-10-08 07:42:5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커브'는 스타트업의 성장 모형을 나타내는 용어다. 스타트업의 이익은 완만한 상승 곡선이 아니라 초기에는 적자 구간을 거치다가 알파벳 J자 모양으로 급격하게 상승한다는 의미다. 원래 경제학에서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데 지금은 기업의 성장 모형을 설명할 때 더 많이 쓰인다.

보험업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보험사의 순이익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소형사도 보유 자산이 수천억원 대에 이르는 보험업의 특성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신규 영업을 줄이고 자산을 팔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건 경영 초보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문제는 당장 올해의 순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J커브'를 만드는 일이다. 정답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손해율을 낮추고 보험손익이 많이 발생하는 장기인보험 상품을 늘리면 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당장 매출이 급한 중소형사에게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정도로 들릴 뿐이다.

지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손보업계의 이목은 롯데손해보험의 적기시정조치에 쏠렸다. 롯데손보는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혹독한 체질개선을 거쳤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실시한 경영실태평가에서 과거 롯데그룹 시절 집행한 대체투자의 부실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위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조건부 유예'를 결정했다. 경영실태평가를 다시 실시해 3등급 이상을 받으면 조치를 유예받는다. 그 사이 롯데손보는 당국으로부터 지적받은 운용조직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개선했고 자산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을 통해 자본적정성도 끌어올렸다. 사실상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은 셈이다.

롯데손보는 이제서야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적기시정조치는 건전하지 못하다는 낙인과 같다. 롯데손보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법도 하다. 그동안 상품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내재가치(EV)가 높은 장기보장성 보험은 JKL파트너스 인수 후 2년 사이 36%나 늘었다.

100% 중반대에서 고전하던 지급여력(RBC)비율은 200%를 목전에 뒀다. 결국 '빚'인 후순위채나 유상증자 등 인위적인 자본확충 없이 보릿고개를 넘긴 거라 그 결과는 더 값지다.

내부에서는 지난해 예상치 못한 대체투자 손실로 실현하지 못한 'J커브'를 올해는 목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올해 상반기에만 77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장기인보험 상승의 효과는 앞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적기시정조치의 위기도 떨쳐내면서 롯데손보가 거쳐 온 긴 터널에도 끝이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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