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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웰스파고 역마차의 퇴역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11-15 09:00:19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5일 09: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9월 8일 글로벌 언론들은 미국 4대 은행의 하나인 웰스파고(Wells Fargo)가 고객 동의 없이 150만 개의 유령계좌와 50만 개의 신용카드를 만들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웰스파고는 이 일로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맞았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신규계좌 유치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고객에게 8개씩의 상품을 판매하라는 무리한 주문을 직원들에게 냈고 이의는 묵살되었다. 의회 청문회가 열렸고 은행장 존 스텀프는 사퇴했다. 귀책 있는 약 5300명의 직원도 해고되었다.

직원들이 성과보상체계에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사퇴 당시 스텀프의 보상패키지는 임직원 중간값의 473배였다. 2014년에 시급 15달러를 받는 한 직원이 스텀프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 모든 직원들에게 1만 달러의 연봉 인상을 요구한 일도 있다. 이 이메일은 20만 은행 임직원들에게도 참조로 보내졌다. 이에 대해 경영진은 웰스파고의 임금 수준은 경쟁 은행들에 맞추어서 책정되었으며 법정 최저 임금보다 현저히 높다고 답했다.

스텀프는 행장으로서 이 사태에 책임이 있었지만 가장 큰 직접 책임이 있는 사람은 한 27년 차 임원이다. 이 임원은 문제가 불거지기 바로 전에 조기 퇴사했는데 퇴직금과 성과급 1억2460만 달러를 챙겨서 나갔다. 물론, 나중에 은행이 사후적으로 귀책사유 있는 해고로 처리해 54%에 해당하는 4730만 달러는 회수되었다. 이 임원은 이름이 톨스테드다. 포츈지에 나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도 오르는 등 유명인사이기도 해서 위키에 따로 페이지도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톨스테드에게 추가로 2500만 달러 벌금 부과를 예고했고 민형사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연방정부와 은행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조사가 확대되자 유령계좌 수는 350만 개로 늘어났다. 자동차 대출 고객 80만 명에게는 본인들도 알지 못하는 자동차보험료가 청구되었다. 은행이 임의로 비필수 보험에 마구 가입시켰던 것이다. 이 숫자는 나중에 수백만으로 불어난다. 이에 대해서는 벌금 10억 달러와 집단소송화해금 4억 달러가 지불되었다.

미국 연방지불준비위원회(Fed)는 2018년 웰스파고에게 2017년 말 현재의 자산인 1조9500억 달러를 기준으로 더 이상 자산을 늘릴 수 없게 조치했다. 전례 없는 제재였다. 2020년에도 웰스파고는 1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처분해야 했다. 따라서 웰스파고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다.

스텀프의 후임자는 CFO를 거쳐 COO였던 티모시 슬론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없지 않았지만 사고 수습에 진력했다. 그러나 힘에 부쳤고 2019년 3월에 사임했다. 슬론의 후임으로 현 은행장 찰스 샤프가 부임했다. 비자와 BNY멜론 CEO 출신이다. 정치권과 관계에 잘 알려지고 좋은 평판을 받는 인물이다. 웰스파고 스캔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부 각 기관의 조사와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LA 웰스파고 빌딩 옆 조그마한 역사박물관에 서부 개척 시대의 역마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창업자 헨리 웰스와 윌리엄 파고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 주에 신속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852년에 웰스파고를 만들었는데 우편물을 운송하는 역마차를 운영했다. 운송과 은행이 1905년에 분리되면서 웰스파고은행이 독립했지만 은행 로고에 역마차가 그려져있던 배경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웰스파고는 역마차를 전시하는 12개의 박물관이 현재의 은행 정체성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샌프란시스코 본사 박물관만 남기고 다 문을 닫기로 했다. 로고에서도 역마차를 지웠다. 웰스파고가 제 길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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