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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박삼구發 '기내식 리스크' 부상, 난감한 대한항공싱가포르 ICC, 게이트고메 손 들어줘…대한항공 "예의주시, 기업결합 승인 집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19 07:41:59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3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한 번 '박삼구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재직 시절 체결한 기내식 관련 계약의 세부내용이 재판과정에서 공개되면서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무리하게 그룹 재건을 시도하며 아시아나항공에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덩달아 입장이 난처해진 건 대한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이슈를 마주해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최악의 경우 해당 계약이 그대로 유지돼 함께 손해를 떠안아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회사로 만든 후 몇년 내 하나로 합치려는 계획이다.

13일 항공·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가 연 박 전 회장 등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공급권 관련 내용이 다뤄졌다.

현재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스위스 게이트고메그룹 계열사에 저가(1333억원)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게이트고메그룹이 이에 대한 대가로 금호고속이 발행한 무이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인수한 것으로 본다.

이날 공판에서는 박 전 회장 등이 게이트고메그룹 계열사에 30년 동안 최소 이익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단 내용이 새로 공개됐다. 아시아나항공이 2047년까지 게이트고메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으며 매년 정해진 순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내식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아시아나항공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이 들어가있는 셈이다.


앞서 게이트고메 측은 2019년 6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기내식대금을 지급하라며 싱가포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서에 명시된 기준에 맞춰 대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에는 양측간 대금 산정방식이 달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내용 정도만 외부에 알려졌다.

ICC는 올 2월 게이트고메의 손을 들어주며 아시아나항공에 324억원을 양사의 합작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에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계약서에 대한 해석이 게이트고메 측과 같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가 순이익 보장 조항으로 추정된다. 2개월 뒤 공급대금 산정기간을 기존 14개월에서 25개월로 변경하며 중재금액을 424억원(중재비용 포함)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3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의 가치가 최소 2600억원대, 순이익 보장 약정을 합치면 5000억원대를 넘긴다고 추산하고 있다. 순이익 보장 약정이 독점 사업권의 가치와 거의 맞먹는다는 의미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의 품을 떠난 뒤에도 해당 계약을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새 주인이 되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30년 장기계약에 이익 보장 조항까지 모두 적잖은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말 기내식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지만 계속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기존 계약이 승계되면 통합 대형항공사(FSC) 출범 후에도 2047년까지 계속 게이트고메에 최소 이익을 보장해야 할 수도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게이트고메 측이 양보하지 않는 이상 계약변경이나 재계약 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 계약을 맺든, 재계약을 하든 게이트고메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으로선 답답하지만 손쓸 방도가 없다. 아직 기업결합 전으로 '생판 남'인 아시아나항공의 문제에 직접 관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아시아나항공이 게이트고메 측과 원만하게 문제 해결에 도달하길 기대할 뿐이다.


특히 거래구조가 구주 인수가 아닌 신주와 영구채 인수 형태로 짜여 손실분을 반영해 거래 대금을 깎을 수도 없다. 만약 기존 최대주주인 금호건설로부터 구주를 건너받는 형태였다면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원천 봉쇄된 상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한다.

또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중재소송이 진행돼 온 만큼 이를 명분삼아 계약 해지를 거론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조원태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게 아닌 산업은행과의 협약 등에 따라 추진된 딜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관련 언급을 최소화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계획 등에 대한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짧게 말했다.

대한항공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선결과제인 기업결합 승인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관여할 방법이 없고 해서도 안된다"며 "예의주시 하며 양사가 원만히 해결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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