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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왕산레저개발 매각, 대한항공 부담 '가중' 올해에만 두번 자금수혈, 산은과의 자금보충약정 이행…대한항공 측 "매각 지속 추진"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25 07:34:19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다시 한번 100%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에 자금을 투입했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매각 협의가 결렬되며 품에서 떠나 보내지 못한 결과다. 대한항공은 계속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왕산레저개발은 작년 초 한진그룹이 유휴자산 정리에 시동을 걸었을 당시 가장 먼저 리스트에 올렸던 매물이다. 이후 2년간 두 차례의 매각 시도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무산됐다. 재무구조 개선의 모범사례가 되긴커녕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4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한 신주 80만주는 100% 모회사 대한항공이 전량 인수했다.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자금을 투입한 건 지난 4월에 이어 6개월 만이다. 당시에도 이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43억원을 지원했다.

왕산레저개발이 최근 올해 들어 두번째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모회사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는 건 개점휴업 상태기 때문이다. 운영자금 확보가 자금조달의 목적이다. 왕산레저개발이 운영하는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는 작년 초 대한항공의 매각 계획에 이름을 올린 이후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2011년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요트 계류장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초기 자본금으로 60억원을 넣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업이기도 하다. 고 조양호 회장이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레저사업을 추진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는 등 공을 들였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정리 대상으로 꼽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1년 설립 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만년 적자' 기업이기 때문이다. 2012년 1082만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15년 10억1890만원, 2018년 22억9424만원 등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9년 47억원, 2020년엔 26억원의 적자를 냈다.

물론 대한항공이 단순히 모회사란 이유로 왕산레저개발을 지원하는 건 아니다. 출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012년 양사가 한국산업은행과 3자간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출처:대한항공 증권신고서>

왕산레저개발이 산은에서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없을 경우 대한항공이 상환자금을 보충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방식까지 '유증 참여'로 정해뒀다. 왕산레저개발이 산은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모두 799억원으로 올 6월 말 기준 원리금 잔액은 503억원다. 그간 왕산레저개발이 단 한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한항공이 갚아야 하는 돈으로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대한항공은 2012년부터 거의 한 해도 빠짐없이 왕산레저개발이 실시하는 유증에 참여해왔다. △2012년 300억원 △2014년 440억원 △2016년 123억원 △2017년 200억원 △2018년 220억원 △2019년 150억원 △2020년 12억원 △2021년 83억원 등 그간 투입한 돈이 1500억원 이상이다.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새주인에게 의무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바꿔말해 올해에만 두번 자금을 투입한 건 두 차례 매각에 실패하며 아직까지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을 떠안고 있어서다. 물론 매각 협상을 할 때 해당 약정도 고려하고 있다.

이달 초 대한항공은 "6월30일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우협으로 선정하고 매각 협의를 진행했으나 본계약 체결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우협 지위 종료를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이번에 유증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우선협상대상자(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올 4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43억원을 수혈했다.

왕산레저개발과 함께 매물로 내놓은 송현동 부지와 호텔사업 역시 2년째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송현동 부지의 경우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3자 협의를 맺고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맞교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강남구청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는 감정평가를 하고 있는 단계로 파악된다. 호텔사업 역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부진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유휴자산 매각에 따른 재무 개선 계획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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