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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가격 인상 러시]'수직 계열화' 아세아제지, 판가인상·수요 뒷받침 호재⑤4년만에 고지값 상승세...하반기 원가 안정화 전망

김서영 기자공개 2021-10-27 07:41:40

[편집자주]

'코로나 19'가 불러온 언택트 소비 트랜드로 지난해 활짝 웃었던 제지업계가 올들어 '울상'을 짓고 있다. 원재료인 펄프와 고지 가격,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올들어 매 분기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섰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더벨이 제지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rush)' 현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2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판지업체 아세아제지가 공급 불안, 재생펄프(고지) 가격 상승, 해상물류 지체 등 '삼중고' 속에서도 올 상반기 수익성 방어를 이뤘다. 업황이 우호적이었던 작년 동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두 배가량 증가하며 눈길을 끌었다. 세 차례 단행한 가격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호실적을 기록하자 '오너 3세' 이인범 아세아제지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확장하는 대신 2000년대 중반 구축해둔 골판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영위하고 있다.

◇골판지원지값 19.6%↑, 4년 만에 업황 '반전'...수익성 방어 총력

2017년부터 고지값 하락세를 이어왔던 골판지업계의 판도가 4년 만에 바뀌었다. 지난해 말부터 고지값이 뛰기 시작했다. 골판지 생산의 주요 원재료는 고지와 펄프다. 2017년 중국이 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고지 수입을 중단하자 국내에 고지가 쌓이며 가격이 내려갔다. 원가 부담을 덜며 영업이익률이 2018년 12.7%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0월 골판지 업황에 반전이 일어났다. 신대양제지의 계열사인 대양제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의 7%가량을 담당하던 대양제지에서 불이 나면서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수입고지와 국내고지 가격이 올라 올 상반기 골판지원지 가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9.6%, 펄프 가격은 16.3%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제지가격이 뛰면서 생산 규모가 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국내산 폐지 수출이 증가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올해 폐지 수출량은 2019년과 비교해 2년 새 3배 증가했다. 정부가 골판지원지 수입에 나섰으나 규모가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라 해상물류가 지체되며 운임이 폭증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발맞춰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골판지원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통상 원재료 가격 상승은 매출원가 부담을 가중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골판지원지 가격 상승에 따른 판가 인상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원인은 바로 시장 수요에 있었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예년과 다른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택배 물동량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56.5% 증가했다. 수요가 뒷받침된 상황에서 적기에 가격 인상을 단행해 수익성이 높아진 것이다.

올 상반기 아세아제지는 매출액 4515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2%, 97.3%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지난해 동기(9.7%) 대비 4.9%포인트(p) 높아졌다. 매출원가가 3420억원으로 25.1% 증가했으나 매출액 상승률이 이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아세아제지가 골판지업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도 수익성 방어에 한몫했다. 골판지업계에 있어 수직계열화란 '폐지→골판지원지→골판지원단→골판지상자'로 이어지는 골판지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수직계열화를 갖추면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골판지원지 조달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아세아제지는 2000년대 중반 M&A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2006년 상자용 판지 제조 전문업체인 금호페이퍼텍을 인수, 아세아페이퍼텍으로 사명을 바꾼 뒤 2012년 아세아제지와 합병했다. 2008년에는 에이피리싸이클링을 설립해 재생재료 가공처리업에 직접 나섰다. 2011년에는 골판지원지 제조업체인 경산제지를 인수했다.

아세아제지는 현재 골판지원지 제조업체인 △경산제지, 골판지원단 및 상자 제조업체인 △유진판지 △제일산업 △에이팩, 재생재료 가공처리업체 △에이피리싸이클링 등을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내실 다지기' 이인범 사장, 수익성 상승세 이어갈까

골판지업계의 올 하반기 상황은 어떻게 될까.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은 공장 보수 및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원재료 가격이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9월에 결정한 판가 인상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 내내 상승하던 폐지 가격은 10월부터 안정화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폐지 가격과 국내 폐지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졌으며 계절적 상황으로 폐지 공급 또한 여유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직계열화 체제를 거느리고 있는 이인범 사장의 아세아제지가 꾸준한 수익성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 사장은 아세아제지를 비롯해 경산제지, 유진판지, 제일산업, 에이팩 등 계열사 5곳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언택트 소비의 급증으로 골판지업계가 수혜주로 급부상하면서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경영 성과를 증명할 기회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이 사장이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에서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등 존재감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병무 아세아그룹 회장의 두 아들인 이훈범·이인범 사장은 주력 계열사인 아세아시멘트와 아세아제지를 각각 맡아 형제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은 2018년초 한라시멘트를 인수해 아세아시멘트의 외형을 확대한 장남 이훈범 사장에 이목이 쏠렸다. 당시 시멘트업계 하위권에 속하던 아세아시멘트는 M&A를 통해 단숨에 업계 3위로 발돋움했다.

그에 비해 이인범 사장이 이끄는 아세아제지는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2019년 태림포장(세아상역 인수), 세하(한국제지 인수) 등이 제지업계 매물로 나왔으나 아세아제지는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M&A에 나서 외형을 키우는 대신 수익성을 높이는 등 내실을 다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아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지난해 첫발을 뗐다. 이 회장은 이훈범·이인범 사장에 각각 지주사인 아세아㈜ 주식 5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이훈범 사장(13.74%)으로 변경됐다. 이 회장의 남은 지분율은 11.44%이며 이훈범 사장과 이인범 사장(7.56%)의 지분율 차이는 6.18%포인트(p)이다. 이 회장의 증여 이후 현재까지 지분 구도에 변화는 없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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