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임 '왜, 지금' 재판 장기화로 경영 부담 가중···연말 인사 앞두고 최성환 총괄 체제 세대교체 해석도
양도웅 기자공개 2021-11-03 07:35:25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겸 대표이사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최 회장이 현재 8개월 넘게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간 그의 사임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재계에서 크지 않았다.최 회장은 SK그룹 초대 회장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차남으로 2016년 3월부터 회사를 이끌어 왔다. 그는 1952년생으로 SK그룹 오너 일가뿐 아니라, 3세 경영 체제로 돌입한 재계에서도 큰 어른으로 꼽힌다. 현재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이번 최 회장 사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지난 9월4일자로 6개월의 구속 기한이 만료돼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계열사 6곳에서 약 22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재판을 계속 받으면서 SK네트웍스 경영에 사실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회사의 경영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재판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재판은 최 회장 측의 '무죄' 주장과 달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지난 5월 최 회장이 과거 SKC 대표이사 시절에 자회사인 SK텔레시스 자금을 인출해 SK텔레시스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재판에서 최 회장에게 다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최 회장 측은 곤혹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찰 측과 최 회장 측의 법정 공방이 치열해지자 지난 9월 법원은 최 회장의 1심 재판 결과를 연내에 선고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이 다소 길어지는 상황에서 재판에 보다 집중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재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3세 경영' 체제도 최 회장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임원(SK네트웍스는 별도의 임원 직급을 두지 않음)은 지난해 말 기획실장에서 신설 직책인 사업총괄로 자리를 옮겨 현 사업 부문 관리뿐 아니라 미래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최 사업총괄이 조직 안팎에서 신망을 두텁게 쌓아가고 있는 점도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하는 것에 한결 부담을 덜어줬을 것으로 관측된다. 1981년생인 최 총괄은 SK그룹 오너일가 3세 가운데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로 꼽힌다.
최 총괄은 올해 아버지인 최 회장이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이 SK네트웍스 개인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1.82%)을 보유한 인물로 올라섰다. SK네트웍스 최대주주가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로 지분 39.14%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지배력 면에서 비교하기 어렵지만, SK네트웍스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는 한달여 내로 이뤄질 SK네트웍스 연말 정기인사에서 향후 최 총괄을 보좌할 인물들의 승진 및 기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2세 경영인으로서 SK그룹 총수이자 재계 맏형이기도 한 최태원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3세 경영을 논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단 재계 전반의 흐름인 3세 경영 측면에서 봤을 땐 이번 최신원 회장의 사임을 세대교체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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