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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가전 리포트]전기밥솥 양대산맥 쿠첸, 그룹내 입지는 축소③캐시플로 악화, 그룹 이익기여도 하락…공장부지 매각 등 비용효율화 주력

손현지 기자공개 2021-11-10 07:30:57

[편집자주]

중견 가전업체들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열풍', '보복소비'로 이전에 없던 고가의 가전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e커머스 발전으로 온라인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렌털, 홈쇼핑, 해외 진출 등 신수익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들도 속속 생겨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닥뜨린 중견 가전업체들의 경영전략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첸은 전기밥솥 시장에서 쿠쿠전자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오랜 노하우를 쌓아온 회사다. 시장점유율이 40%에서 최근 30%로 줄어들긴 했지만 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미 등 잡곡밥 요리에 최적화된 신상품 '쿠첸 121'을 내놓는 등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 위상은 대폭 축소됐다. 한때 그룹 대표 캐시카우로 활약했던 게 무색할 정도다. 덩치도 부방그룹 내에서 가장 크지만 실적 기여도는 최하위다. 밥솥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이후 채널 확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영업력이 악화된 탓이다.

급기야 그룹 역성장의 주범으로 떠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쿠첸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을 상쇄시키느라 선박·수처리 등의 신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인 테크로스의 수익 창출 압박도 커진 상태다.
부방의 전신은 1934년 설립된 부산방직공업이다. 이원갑 창업주의 주도하에 섬유회사로 시작했지만 1976년 삼신공업사를 설립하며 가전사업에 발을 내딛었다. LG전자에 전기다리미와 전기주전자 등 전열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며 사세를 키웠다.

전기밥솥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2006년 쿠첸의 전신인 리홈쿠첸이 '리홈' 브랜드를 런칭했고, 2009년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쿠첸을 인수해 지금의 쿠첸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15년 이동건 부방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시도한 뒤에도 쿠첸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전 대표가 쿠첸(사업회사) 수장을 맡으며 그룹 대표 사업으로서 무게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쿠첸의 캐시플로는 2018년을 기점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영업활동으로 인해 109억원 가량 현금이 유입됐지만, 2018년엔 34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때부터 보유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후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부방의 실적도 쿠첸의 역성장과 함께 출렁였다. 쿠첸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2019년 당기순손실 94억원을 낸 뒤, 2020년 60억원, 올해 6월 25억원 등으로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배당도 지난 10년 간 1회 밖에 시행하지 못했다. 2019년엔 107억원 상당의 배당을 실시했지만 당시의 재무구조나 이익잉여금 적립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해서 감행했던 것인 만큼 추가 배당 실시 여부는 불확실하다.

쿠첸의 자산 규모는 그룹사 중 가장 크다. 쿠첸의 자산규모는 1037억원(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부방 종속회사 중 47.6%를 차지한다. 부방의 매출과 이익이 쿠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부방은 쿠첸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과 궤를 함께 해왔다.

부방 입장에서 쿠첸은 덩치에 비해 가동력이 떨어지는 자회사다. 쿠첸은 올해 6월 말 기준 1603억원 순손실을 냈다. 자산비중이 2~4%에 불과한 종속회사 부방유통(540억원)과 비즈앤테크컨설팅(250억원)이 순익을 낸 것과 비교된다.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계열사인 에스씨케이가 773억원의 적자를 내긴 했지만 사정이 다르다. 에스씨케이는 그룹에 적극적인 배당을 하는 회사다. 작년(20억원)에 이어 올들어서도 부방에 9억원의 배당금을 납부했다. 앞서 대형할인마트 운영과 유통 업무를 담당하는 부방유통도 2018년, 2019년 연달아 20억원씩 배당금을 지급했던 바 있다.

부방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쿠첸은 부방의 모태가 되는 가전리빙사업을 담당해온 이른바 그룹사 '대표 얼굴'이다. 전기밥솥 시장이 축소하고 있다해서 쉽사리 사업을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쿠첸 투자 비중을 줄이며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쿠첸은 자산 사이즈를 줄여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공장부지 중 천안 성성동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을 제이비스에 매각하는 안건을 추진 중이다.

성성동은 최근 아파트 대단지 조성이 이뤄지며 개발붐이 일은 지역이다. 그렇지만 부방은 당장의 급전이 필요한 만큼 공장을 이전해 매각차익을 남기는게 더 중요했다. 자산 처분이 완료되면 505억원의 수익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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