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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생보업 판도변화]푸르덴셜·오렌지라이프, 효율성·자본적정성 '우등생'⑦보험이익 견조·자본적정성 우수, 보험업황 악화에도 고가 매각 배경

이은솔 기자공개 2021-11-11 07:15:07

[편집자주]

과거 고금리 시절, 생명보험사는 모기업에 현금을 공급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현재, 보험사들은 주어진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데 골치를 앓고 있다. 십 수년 간 유지돼 온 ‘빅3’ 중심의 경쟁 구도도 금융지주가 앞장선 M&A가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보험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 라이나생명보험까지. 이들 생명보험사의 공통점은 최근 수년 사이 고가에 매각된 외국계 회사라는 점이다. 생명보험 업황이 악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사양 산업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지금에도 이들 회사는 조 단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률을 거쳐 매각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저축성 보험의 여파로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입을 때도 외국계 회사들은 꾸준히 이익을 냈다. 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률과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외국계 회사들이 대체로 우수했다.

◇보험사 본업인 '보험손익', 국내사 적자일 때 외국계는 흑자

보험사의 3대 수익원은 위험률차손익(사차익), 이자율차손익(이차익), 사업비차손익(비차익)이다. 사차익은 보험사가 가정한 위험보험료와 실제 지급된 보험금 사이의 차액을 의미한다. 이차익은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한 저축보험 환급금과 보험사 운용수익 사이 차액을, 비차익은 실제사업비와 예정사업비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뜻한다.

이중에서 보험사의 '본업'에 가장 가까운 건 사차익이다. 가장 규모가 크고 손익에 영향을 크게 주는 수익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대형 생보사들은 대부분 보험손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금 인상은 정책적 결정에서 자유롭지 않고 보험금 청구액은 매년 늘어나면서 본업인 보험손익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겼다.

국내 대형 3사의 손익발생원천별 실적을 살펴보면 2017년까지는 대부분 보험사들이 보험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었다. 2017년말 기준 삼성생명의 연간 보험이익은 2조4270억원, 한화생명은 1조9360억원, 교보생명은 916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에는 대형3사가 모두 대규모 손실을 냈다. 금리하락과 손해율 상승으로 업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1조2730억원, 한화생명은 7650억원, 교보생명은 51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외국계 우량사들은 이 기간에도 보험이익에서 흑자를 냈다. 2018년말 오렌지라이프생명은 9280억원의 보험이익을 내 전년(7440억원)보다 오히려 이익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푸르덴셜생명은 5570억원, 라이나생명은 5190억원, 메트라이프생명은 84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들 회사는 전년 보다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견조한 보험이익을 창출했다.

푸르덴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판매해왔던 게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됐다. 생명보험은 장기간 가입하고 설계사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한데, 이들 외국계 회사는 가격 경쟁력이 타사 대비 떨어져도 전문성 높은 설계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해왔다.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험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많이 팔 수 있었다는 의미다.

◇보수적 기조로 자본비율도 '안정'…IFRS17 도입시 부담 '적다'

보험손익 뿐 아니라 자본적정성도 외국계 회사들이 대체로 우수했다. 국내 빅3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200%대로 가장 낮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경우 35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채 간 푸르덴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은 외국계 중에서도 자본적정성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양사의 RBC비율은 지속적으로 400% 이상을 유지해왔다. 최근 글로벌 보험사 처브그룹에 매각된 라이나생명의 RBC비율도 300% 중반으로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다.


RBC비율이 높다는 게 반드시 장점은 아니다. 그만큼 덜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을 거의 하지 않는 소규모 보험사들이 RBC비율만 지나치게 높은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푸르덴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은 RBC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이익 창출력도 타사 대비 우월했다.

그동안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보유자산과 운용에 있어서 해외 본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해외 본사의 관리 하에서는 무리한 운용이 어려운데,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본적정성 영향을 덜 받는 장점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적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3년 도입되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대부분 추가로 자본을 부어야 한다.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기존의 대규모 보험부채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이에 맞춰 증자가 필요하다. 대주주로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자본비율이 높은 회사들은 IFRS17이 도입돼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인데, RBC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현재 가용자본이 요구자본에 비해 넉넉하다는 뜻이다.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 라이나생명 등 최근 들어 매각이 이뤄진 보험사들이 높은 밸류를 인정받은 데에는 이익창출력 뿐 아니라 이런 자본적정성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생보사를 인수할 경우에는 당장의 가격보다 새 회계기준 도입시 추가로 필요한 자본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한데, 향후 필요한 자본 규모가 국내사들보다 적었기 때문에 M&A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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