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23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따내려는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승부의 규칙을 세우고 모험자본업계 플레이어들의 부정 행위를 감시하는 '심판'이다. 자조합 출자자(LP)의 구성을 검증하는 역할이 대표적이다.지난달 한 심사역이 벤처캐피탈업계 인력들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늘어놨다. 투자조합을 결성한 운용사가 한국벤처투자의 제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출자의향서(LOI)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6개월 동안 모태펀드 신규 출자사업 지원을 불허한 건 지나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올해부터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출자사업 공고문에 출자확약서(LOC) 또는 출자의향서(LOI)의 미준수를 페널티 부과 사유로 거론했다. 벤처캐피탈업계는 LOC와 LOI는 성격이 다르니 제재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OI는 '출자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문서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LOC와 차이를 지닌다는 논리가 나온다.
펀드레이징 기간 동안 숱한 변수가 튀어나온다. LOI를 발급해준 곳에서 출자를 철회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만난 심사역은 "GP 입장에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다"며 "우여곡절 끝에 다른 기관의 자금 약정을 성사해 조합을 결성하지만 제재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호소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정책기관 출자의 공정성 확립 차원에서 살피면 LOI 미준수 역시 LOC와 동일 선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LOC와 견줘보면 LOI 발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만큼 '가짜 문건'의 남발이 이어질 여지가 다분하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의 일부 분야는 수십곳의 벤처캐피탈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달아올랐다. 심사 과정에서 몇 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허위 서류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하는 운용사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감독이 불가피하다.
문득 업력 10년차 창업투자회사에서 활약하는 부사장의 노력이 기억에 맴돈다. 그는 광역지방자치단체를 파트너로 끌어들이려고 부단하게 KTX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생은 빛을 발해 함께 신규 펀드의 콘셉트를 논의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오랫동안 공들여 신뢰를 구축한 기관과 기업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벤처캐피탈들의 헌신과 노고가 출자사업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LOC나 LOI의 법적 구속력 유무를 논하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운용사의 펀드레이징 역량'이다. 순조롭게 펀드를 결성하는 능력인 만큼 우수한 신생기업을 발굴해 빠르게 투자하는 여건과 맞물린다. 출자사업 공고가 나오면 부랴부랴 LP를 섭외하거나 심사 가점을 받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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