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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생보업 판도변화]'곳간' 지키면 순이익은 쪼그라들어…투자영업 딜레마⑩보험업 '핵심' 된 자산운용…운용이익률 3% 넘기기도 '쉽지 않네'

이은솔 기자공개 2021-11-26 07:14:57

[편집자주]

과거 고금리 시절, 생명보험사는 모기업에 현금을 공급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현재, 보험사들은 주어진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데 골치를 앓고 있다. 십 수년 간 유지돼 온 ‘빅3’ 중심의 경쟁 구도도 금융지주가 앞장선 M&A가 활발해지면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보험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3일 16: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회사가 보험 상품을 팔아 돈을 번다는 건 이미 옛말이 됐다. 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의료 수준도 올라가면서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와 지급하는 보험금의 차이인 사차손익에서는 더 이상 흑자를 내기가 힘들어졌다.

보험사의 본업은 투자영업이익이 된 지 오래다. 일부 우량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보험영업에서 입은 손실을 투자영업에서 얻은 이익으로 메꾼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이후 미래를 위한 저장고인 보유이원을 지키면서 현재의 당기순이익을 위해 투자영업이익도 시현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금리 따라 운용이익률 '출렁'…보유이원 유지·투자이익 증대 '이중고'

보험사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금리다. 금리가 10bp만 내려가도 보유한 보험부채의 가치는 수십억원 커진다. 반면 신규 투자 이익률은 떨어진다. 매년 대규모로 매입하는 채권 이율이 떨어지고 대출영업의 금리도 하락하면서 투자영업이익은 쪼그라든다.

운용자산이익률 추이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2015년 이후 매년 하락세다. 2015년에는 평균 이익률이 3.9%에 달했지만 2016년부터 매년 1~2%씩 하락했고,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는 3%까지 떨어졌다.

보험사는 운용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9월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 245조원 중 76%가 유가증권이고, 이 중 70% 가량이 국공채와 특수채, 외화채 등을 합친 채권 보유고다. 생명보험사 평균적으로는 운용자산의 50% 내외를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금리 하락이 반드시 단점만은 아니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상승하고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이 발생해 자본적정성이 좋아지고, 이 채권을 시장에 팔아 매각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보험사는 장기인보험 등 신규 보험상품 판매에 따라 부채의 듀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에 맞춰 자산의 듀레이션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팔고 새로운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교체매매를 진행한다.

다만 과거 매입한 고금리채권을 매각하면 보유이원의 질이 떨어진다. 보험사들은 유가증권에서 얻은 투자영업이익을 공시하지만 보유채권의 이자로 얻은 이익과 매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구분해 밝히지는 않는다.

상장 보험사들의 IR 자료에서 보유이원의 하락폭을 일부 엿볼 수 있다. 일부 상장 보험사들은 IR자료에 금리부보유이원의 수준을 공개한다. 금리부보유이원은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과 대출채권 등 금리부자산에 대한 금리를 뜻한다.

한화생명의 경우 금리부보유이원은 2019년 3.35%에서 2020년 3.16%로 20bp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이자소득자산 보유금리는 3.4%에서 3.14%로 36bp 떨어졌다. 수익성 좋은 채권을 매각하면서 금리하락폭보다 보유이원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투자익 규모 빅3 압도적…운용이익률 '4%' 벽 넘는 건 외국계 뿐

보험업의 핵심이 주객전도 된 현재, 결국 당기순이익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험손실을 최소화하고 투자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투자이익을 늘리기 위해서 보유채권을 모두 매각하면 보유이원의 질이 낮아진다. 그렇다고 채권을 가지고만 있어서는 투자이익이 쪼그라든다.

결국 보험사들은 보유이원이라는 미래의 곳간과 투자이익이라는 현재의 실리는 모두 챙기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투자를 잘 하는 생명보험사는 어디일까. 투자이익의 크기는 영업 규모가 큰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훨씬 컸지만, 전체 운용자산 대비 투자이익 수준은 외국계 회사들이 높았다.

투자영업이익의 절댓값은 삼성생명이 압도적으로 컸다. 삼성생명이 지난 한 해 동안 거둔 투자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 같은 기간 한화생명(3조3300억원), 교보생명(3조500억원)과도 차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자산 규모 대비 투자손익은 외국계 회사들이 더 높았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업계 '톱'이었다. 국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고꾸라진 2018년과 2019년에도 지속적으로 4% 내외를 유지했다. 우량사로 함께 손꼽히는 오렌지라이프생명 역시 같은 기간 3% 후반의 운용자산이익률을 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실제로 투자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변액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특성상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가입한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저금리 상황에서도 높은 투자영업이익을 유지하는 건 보유채권의 퀄리티 차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사들은 국내 진출 초기에 매입한 고금리 해외채권을 아직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사들은 해외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한 지 오래되지 않은 데다 장기 채권의 물량도 부족해 보유이원을 외국계 회사들처럼 유지하기가 어렵다.

다만 외국계사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운용자산이익률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기본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회사지만 지난해 투자이익을 유독 컸던 건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미국 푸르덴셜그룹의 채권을 정리한 영향이 컸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신한지주에 합병된 이후에는 적극적인 당기순이익 시현보다는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올해 중순 신한라이프로 합병을 마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채권 교체매매는 어려워 올해 유가증권에서는 이익률이 매우 낮아졌다"며 "코로나19로 해외대체투자도 주춤해 운용이익률 3%를 넘기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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