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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요소수 사태로 드러난 산업계 '지뢰밭'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GVC서 GSC로 패러다임 변화 '하루 앞이 안보인다'…국제정치·팬데믹·반도체·원자재 등 리스크 산재

이우찬 기자공개 2021-11-30 07:40:49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5일 09: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떠들썩했던 중국발 요소수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부가 중국뿐만 아니라 제3국을 활용해 5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요소를 확보하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요소수 사태를 단순히 하나의 사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무역 패러다임이라는 큰 틀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중국에 대한 높은 공급망 의존도는 한중관계가 구조적으로 대전환 기로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며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발 요소수 사태는 글로벌 무역의 무게중심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에서 공급망(GSC, Global Supply Chain)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사건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제사회 공급망 속에 제2의 요소수 사태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모든 공급망을 가진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출처=한국무역협회, 2019

사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공급망으로 옮겨 놓으면 그 본질이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과거 세계화 시대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밸류체인 구축이 기업들의 고민거리였다면 미중 갈등, 국제정치 안보 리스크가 부각되는 현재에는 가장 싼 비용은 더이상 최우선 과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같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 부각에 대해 "가장 적은 비용이 아닌 가장 적합한 비용을 찾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급망 관점에서 보면 국내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95%에 이른다. 요소수 사태의 핵심에는 원자재의 특정국가 의존 쏠림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가 리스크 분산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요소수 사태를 진단했다.

요소는 원자재 의존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올해 1~9월 단일국가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보면 80% 이상인 품목 3941개 중 1850개(46.9%)가 중국산이다.

자동차의 차체와 램프 부품 제조에 주로 사용하는 마그네슘 잉곳(주괴)은 중국산이 국내 소요량의 100%다. 산화텅스텐 94.7%, 수산화리튬 83.5%, 네오디뮴 영구자석 86.2%다. 이는 국내 각종 제조업 분야에서 필수 원자재에 해당하는 품목이다.

출처=한국무역협회 1~9월 통계

중국경제, 한중관계에 정통한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박사)은 포스트 요소수 사태의 상시화를 우려했다.

양 박사는 "요소수 사태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한중간 경제관계가 구조적 전환점에 있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단기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입선 다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통상의 경우 공급망을 둘러싼 각자도생 정책과 동맹 편가르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산업계의 리스크가 원자재 리스크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는 국제 정치 리스크가 경제계에 미친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중국은 그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단체관광 제한, 한국의 대중문화 금지 조치(한한령) 등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 제공으로 직접 타깃이 돼 많은 피해를 겪었다.

또 다른 국제 정치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덤핑 관세 이슈가 있다. 미중 갈등 속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철강업계, 타이어업계는 관세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

팬데믹 리스크는 가장 최근 부각된 리스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파괴력은 전지구적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락다운으로 전세계는 이동을 멈췄다. 이동이 멈추자 여행업, 항공업이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또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이 위축되자 철강 등 후방산업도 연쇄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물류대란으로 수출 선박을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차량용 반도체 리스크는 자동차산업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난)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생산 중단을 촉발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공식화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원자재 의존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놓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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