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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HQ체제 전환' 의사결정 빠르고 과감해진다 '제과·쇼핑·호텔·케미칼' 주력사 도입, 기존 BU조직 흡수할 듯

이효범 기자공개 2021-11-26 17:19:37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10: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문화가 보수적이고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이같은 꼬리표를 뗄 전망이다. 계열사에서 신동빈 회장에 이르기까지 보고라인을 한층 간소화하는데 초점을 둔 조직개편 방안을 최근 내놨다. 2017년 BU체제로 전환한지 4년만에 조직체계 손질에 나섰다.

유통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하는 변화다. 특히 새로 도입하는 조직인 HQ의 수장들이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 만큼 지주사, BU 등과 조율해야 했던 기존 체제보다 한층 더 과감한 투자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샘솟고 있다.

◇6개 사업군 중 4개에 HQ 조직…롯데쇼핑HQ, 그룹 차원으로 확장

롯데그룹은 2022년 정기 임원인사 발표와 함께 BU(Business Unit)체제를 대신해 HQ(HeadQuarter)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약 5년간의 BU체제 유지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HQ체제는 그룹 차원에서 분류한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 중에서 식품, 쇼핑, 호텔, 화학군 각각에 속한 핵심 계열사에 조직된다. 식품군은 롯데제과, 유통군은 롯데쇼핑, 호텔군은 호텔롯데, 화학군은 롯데케미칼 등이다.

해당 계열사에 HQ를 만들어 전략기획,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등 각 사업군에 소속된 계열사들의 중복되는 업무를 총괄하는 개념이다. 건설군, 렌탈군은 HQ를 별도로 두지 않는다. 또 사업군에 묶이지 않는 계열사들은 별도체제를 유지한다. BU체제보다 사업군을 한층 더 정교하게 분류한 셈이다.

롯데쇼핑은 이미 HQ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기획부문, 재무총괄부문, 경영개선부문, 지원부문, 커뮤니케이션실, 정보보호부문, 리테일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내부에 있는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사업부의 중복되는 업무를 HQ에 결집시켰다. 한때 백화점사업부에게서 흡수했던 기능들을 다시 원상복구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인사기능이 그랬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HQ 도입 초기에는 각 사업부의 전략기획, 재무, 인사, 홍보, 대관, 준법 등의 업무기능을 대행하는 셰어드서비스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HQ 도입 초기와 달리 실행과정에서는 초기 이상향과 다른 부분들이 발생해 각 사업부에 인사 등의 기능을 다시 내려보내면서 초기에 비해서 현재 HQ는 슬림화 됐다"고 설명했다.

셰어드서비스(Shared Service)는 회사 전체에 산재되어 있는 반복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자원을 한 곳으로 집결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강희태 부회장도 롯데그룹 유통사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 사업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일원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같은 노력을 뒷받침하는 체계 중 하나가 HQ였다.

롯데그룹의 이번 조직개편은 롯데쇼핑HQ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롯데쇼핑HQ는 유통군에 속한 롯데하이마트, 코리아세븐, 롯데홈쇼핑 등의 중복되는 기능을 결집해 통합HQ로 진화할 전망이다. 다만 어떤 기능등을 HQ에 담을지는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유통BU 조직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다른 산업군의 주력 계열사 역시 HQ를 설립하고 같은 산업군에 소속된 계열사들의 중복되는 기능을 끌어모으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직되는 HQ는 전결권을 갖고 있는 각 사업군 총괄대표의 주요 의사결정을 돕는 조력자 역할도 맡게 될 전망이다.


◇'계열사-BU-지주-회장' 보고체계 간소화…HQ 기능 구체화 과제

롯데그룹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각 사업군별로 한층 더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데 BU체제에서는 계열사가 일정수준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계열사-BU-지주-신동빈 회장'으로 올라가는 보고체계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BU와 지주 등을 거치다보면 시간이 오래걸릴 뿐만 아니라 기존 투자계획이 다소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기존 BU의 조직은 BU장과 그를 보좌하는 임원을 중심으로 꾸려져 있다. 소위 기획상무가 BU장과 계열사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비롯해 20여명의 직원이 BU에 소속돼 있다. BU장이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실행조직이다. BU장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그의 전달사항을 계열사에 전파했다.

롯데 BU조직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17층에 집결해 있다. BU에 속한 계열사들과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계열사의 의사결정은 모두 BU를 거쳐서 지주로 전해졌다. HQ는 이와 달리 핵심 계열사 내부에 조직된다. 또 사안에 따라 HQ의 수장인 산업군 총괄대표가 내린 결정을 신 회장에 직보하는 단순한 체계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존 BU가 계열사 관리와 시너지 모색에 초점을 둔 것에 그쳤다면 HQ는 자체적인 의사결정으로 투자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사업군 총괄대표의 권한과 책임을 키운 배경이다. 여기에 의사결정 체계가 간소화 되면서 롯데의 과감한 의사결정도 기대된다. 특히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영입된 외부인사들이 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최근 인사를 통해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과 호텔군 총괄대표 사장을 모두 외부인사로 영입했다.

BU체제와 달리 HQ체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주사의 입지는 줄어든다. 롯데지주는 지주사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 및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인재 양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BU체제에서 계열사 관리에 초점을 뒀다면 HQ체제에서는 사업군의 자율경영, 책임경영에 무게를 두면서 총괄대표의 권한도 커진다"며 "기존에 BU장이나 지주와 조율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의사결정 체계를 효율화해 시장 환경 변화에 발빠른 대응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사업군별로 HQ체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앞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정책본부→BU→HQ'로 그룹 내 핵심조직이 변화하면서 점차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이 지배구조상 하향 조정되는 추세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조직개편을 통해 계열사 관리기능을 점차 세부적으로 쪼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계열사에 대한 관리를 더욱 촘촘하게 하기 위한 형태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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