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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보다 더 비싼 중고차 '반도체 때문에'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반도체 리스크①] 팬데믹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 심화···차량용 반도체 해외 의존도 98%

양도웅 기자공개 2021-12-02 10:39:43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9일 16: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걸 '잘' 할 순 없다. 모든 걸 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한 기업과 국가라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능력만으론 이 목표를 달성할 순 없다. 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해지고, 특정 영역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다른 기업(국가)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 시대가 도래한 배경 중 하나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량 출고기간은 길게는 1년 가량인 것으로 알려진다. 공급망 악화로 차량용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중고차 시장을 찾으면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높은 모델들이 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한 중고차 사이트엔 현대차의 투싼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가격이 3970만원으로 올라왔다. 당시 같은 모델의 신차 가격은 3500만원 가량이었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500만원 가까이 많은 셈이다. 내연기관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더 많이 탑재되는 투싼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고기간은 현재 8개월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공급망 문제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flickr)

◇ 코로나19·화재·가뭄에 공장 가동 차질···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구체적으로 현재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을 가로막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는 'MCU(Micro Control Unit)'이다. MCU는 전자장치 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로, 현재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확보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설계→생산→모듈·시스템 제작→완성차 양산'이라는 밸류체인 중 생산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 상황이다.

생산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팬데믹 발생으로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경제활동이 급감하자 가전용 반도체 수요는 증가한 대신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감소했다. 이를 고려해 반도체 업체들은 가전용 반도체 생산 위주로 설비를 변경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국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보복 소비' 열풍이 불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늘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 같은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그 와중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인 르네사스(화재)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한파) 등이 공장을 일시 중단하는 악재도 있었다.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TSMC의 공장 가동 차질도 큰 영향을 미쳤다. TSMC는 전 세계 차량용 MCU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데, 올해 상반기 대만의 역사적인 가뭄으로 공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음 급한 완성차 업체들이 우선 구매를 위해 TSMC에 '경매'를 제안했다는 전언도 나왔었다.

◇ 해외 의존도 98% '차량용 반도체'

TSMC의 전 세계 차량용 MCU 생산량 점유율 70%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국내 차량용 반도체(MCU 이외 포함) 시장의 해외 의존도는 매우 높다. 현재 98%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MCU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를 '보유한' 대한민국은 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설비투자와 안정화 등에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TSMC 전체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라고 전했다.

제네시스 GV60. 계약에서부터 출고까지는 약 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MCU를 비롯한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자 반도체 업체들이 '주저 없이' 가전용 반도체 위주로 설비를 변경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가전의 교체 주기는 자동차의 교체 주기보다 훨씬 짧고, 가전용 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처럼 혹한과 혹서를 견딜 수준으로 제조할 이유는 적다. 제조사 입장에서 가전용 MCU가 만들기도, 팔기도 더 용이하다.

이런 까닭에 1980년대 상대적으로 뒤늦게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도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보다 메모리 반도체를 선택했다. 당시 기준에서 앞으로 급증할 것이 자명했던 개인용 컴퓨터(PC) 수요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이처럼 대형 반도체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반기지 않아 했다. 이럴진대 완성차 업체들이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 모델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탑재되는 투싼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60의 경우 최대 1년 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식 변경이 예정된 아이오닉5는 상대적으로 빨리 받을 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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