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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지펀드 '최소투자금액' 허점 [thebell note]

양정우 기자공개 2021-12-02 13:16:36

이 기사는 2021년 11월 30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16일 '2021 더벨 헤지펀드 포럼'이 열린 더플라자호텔. 한국형 헤지펀드가 주제인 몇 안되는 공론의 장에서 한 질문이 단상에 주어졌다.

금융당국과 헤지펀드 운용사, 증권사(판매사)에서 참석한 어느 누구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각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핵심을 피한 무딘 대답과 달리 이 질문에 담긴 함의는 날카롭게 시장을 진단하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의 투자자 범위는 독특하게 규정돼 있다. 전문투자자이거나 최소투자금액(3억원) 이상 투자하는 일반투자자다. 헤지펀드는 가장 진일보한 테크닉과 난해한 투자 전략을 지닌다. 스스로 위험을 감당하는 전문투자자가 투자자로 허용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현금 3억원만 내밀면 누구든지 가입하는 최소투자금액 요건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글로벌 시장의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는 헤지펀드가 언제나 논외 대상이다. 돈이 많은 자산가나 투자 지식이 충분한 전문가가 투자한 펀드이기 때문이다. 위험을 충분히 감수하는 소수(전문투자자)가 감행한 투자를 두고 정부가 보호자를 자처할 이유가 없다. 당국의 간섭은 이들에게 오히려 성가신 일이다.

이 단순한 원칙이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입자 명단에 일반 개인(일반투자자)이 끼어 있는 탓이다.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통해 가입 허들을 넘을 수 있다. 설사 그 돈이 손에 쥔 현금 전부여도 무방하다. 간단한 투자 수식조차 소화 못해도 무사통과다.

부실 판매의 빌미가 주어진 것도 이 지점이다. 평범한 개인에게 복잡함을 무기로 들이댈 수 있는 탓이다. 물론 불완전판매는 철퇴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약자인 개인을 구제한다는 관점에서 완전 배상을 요구하는 건 헤지펀드 생태계에 어울리지 않는다.

헤지펀드 메카인 미국만 놓고 봐도 최소투자금액 요건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s)에게만 투자가 허용된다. 공인투자자는 순자산(부동산 제외)이 100만달러를 넘거나 연소득이 2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순전히 그들만의 리그인 시장이다. 그 대신 투자자 보호보다 규제 해제에 초점을 맞춘다.

가입자 문턱이 낮아지면 투자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개인 다수로 투자자 범위가 확대되면 안전장치도 추가돼야 한다. 그만큼 헤지펀드의 운용상 제약도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의 상징인 각양각색 전략이 사리지고 트렌드에 맞춘 흔한 전략만 난무하는 여건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대세로 거듭난 건 전략의 다양성 덕분이다. 주식 등 전통시장과 결이 다른 흐름으로 금융위기 때마다 선전을 벌였다. 하지만 천편일률적 펀드가 주를 이루면 다른 시장과 얼마나 차별된 곡선을 보여줄 수 있을까. 포럼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인사는 이런 답답함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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