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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 금리 상승에 가용자본 '1.6조' 증발 지난해 단행한 채권재분류·증자 효과 희석…RBC비율 90%p 하락

이은솔 기자공개 2021-12-02 09:21:38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생명보험의 자본적정성이 금리 상승에 '직격타'를 맞았다. 올해 들어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서만 가용자본이 1조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단행했던 채권재분류와 증자 효과도 상당수 희석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287%에서 올해 3분기말 223%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전년 동기 RBC비율 315%에 비해서는 90%포인트 가량 하락한 수치다.

보험사 자본적정성의 척도인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농협생명의 경우 요구자본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요구자본은 지난해 말 2조2900억원에서 올해 3분기말 2조23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가용자본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RBC비율이 하락했다. 농협생명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은 4조97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기준인 6조6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가용자본이 줄어든 건 금리 상승의 영향이 컸다. 채권 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올해 연초 0.9% 수준이었으나 연중 1.73%까지 급상승했다. 금리가 하락할 때는 신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가 낮기 때문에 기존에 발행한 고금리 채권의 시장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나 채권 금리가 상승할 때는 상대적으로 기발행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농협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만기보유금융자산을 전량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기는 채권재분류를 지난해 3분기 단행했다.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로 처리하지만 매도가능증권은 분기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손익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계정을 변경하면 대규모의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실제로 채권재분류 이후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315%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연말부터 금리 상승이 시작되면서 농협생명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은 매분기 줄어들었다. 채권재분류 직후 장부에는 3조원에 가까운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이 기록됐으나 다음 분기인 지난해 연말에는 2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이후에도 평가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3분기말 기준 5200억원까지 감소했다.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가용자본에 포함된다. 평가손익이 휘청이면 가용자본도 함께 변동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채권 평가손이 앞으로도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 국채에 이어 국내 기준금리까지 상승하면서 금리 상승 기조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단행했던 채권재분류와 유상증자의 효과도 상당수 희석됐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8월 6년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RBC비율은 194% 가량이었는데 지주로부터 2000억원을 증자받으면서 RBC비율 200%를 맞췄다.

농협생명 측은 보고서에서 "2020년 9월 농협금융지주의 유상증자와 유가증권 계정재분류 진행으로 가용 자본이 확대됐"으나 "금리변동으로 매도가능 금융자산 평가이익 축소로 가용자본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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