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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CB 잡는 코스닥]디지탈옵틱, 담보 위해 국채 매입…1년간 돈 묶인다①조달 300억 중 상당액 투입, 사채권자 풋옵션 행사 시 비용만 지출

박창현 기자공개 2021-12-06 08:06:49

[편집자주]

코스닥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전환사채(CB) 판이 완전히 바뀐다. 지배력과 자산증식 지렛대로 활용됐던 콜옵션에 브레이크가 걸린 탓이다. 수혜자 면면 역시 다 밝혀야 한다. 전환가액 상향 조정도 의무화된다. 그만큼 안전판 두께가 얇아졌다. 바뀐 규정은 2021년 12월1일부터 적용된다. 마지막 과실을 따 먹을 기회는 남아있다. 최근 코스닥 CB 발행 공시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막차를 타야만 하는 기업들의 속내와 노림수를 더벨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15: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학제품 전문기업 '디지탈옵틱'이 전환사채(CB) 발행 규제 직전에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조달 규모만 300억원에 달한다. 다만 CB 자금이 유입되면 곧바로 안전자산인 국채를 매입한 후 사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사실상 곧바로 돈이 묶이는 조건이다. 1년 뒤 콜옵션(매도 청구권)을 청구해야 비로소 자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풋옵션 발동으로 각종 수수료와 이자 등 비용만 내고 돈을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디지탈옵틱은 최근 300억원 규모의 26회차 CB를 발행했다. 투자자는 메리츠증권 단 한 곳이다. 자금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다.

이번 CB 발행은 여타 거래와 달리 상당히 강도 높은 담보 조건이 들어가 있다. 디지탈옵틱은 26회차 CB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투자 대금에 상당하는 유가증권을 신탁 원본으로 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유가증권신탁 수익권은 사채권자에게 넘어간다. 쉽게 말해 조달 금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써 유가증권을 매입한 후 그 금융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유가증권의 종류까지 지정했다. 현금과 다름없는 국채나 A0 등급 이상의 채권만 사야 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현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거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국 디지탈옵틱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300억원을 빌렸다고 하지만 그 돈으로 담보물을 사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거래 조건에 따라 디지탈옵틱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년 11월부터나 돈을 조달 목적에 맞게 쑬 수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사채권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콜옵션 행사 비중은 권면총액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 변경 후 자금확보가 시급한 디지탈옵틱이 가용 가능한 모든 당근책을 메리츠증권에 제공하고 돈을 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사실상 투자 리스크가 전혀 없다. 300억원을 빌려주고 그 금액에 상응하는 현금성 자산을 담보로 챙겼기 때문이다. 1년 뒤에는 조기상환도 청구할 수 있다. 콜옵션이 행사되더라도 기본 6% 이율에 콜옵션 프리미엄 3%까지 받아 챙길 수 있다.

전환 조건도 투자자 측에 유리하다. 발행 후 1개월 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고 조정 한도도 상법상 최대 한도인 액면가(1000원)로 책정했다.

액면가 리픽싱 조건은 CB 투자자에게 최고의 안전판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만큼 전환가액도 낮아지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현저히 낮다. 거래 구조상 전환권 행사기간 중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더욱이 CB 규제 강화 이전에 발행 절차를 끝낸 덕분에 전환가액 상향 의무 조건도 없다. 온전히 주가 하락에 따른 가격 조정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디지탈옵틱은 모든 당근책을 제시하고도 1년 뒤부터 자금 활용이 가능하다. 자금 확보가 절실한 탓에 불리한 조건들을 모두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탈옵틱은 기존 스마트폰용 렌즈와 프로젝터 엔진 사업 부진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매출 규모가 3분의 1로 줄었다. 올해 초 새로운 대주주가 등장해 바이오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투자 실탄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결국 CB 발행 규정이 강화되는 이달부터는 자본시장 조달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1년 뒤라도 쓸 수 있게 자금이라도 챙겨둔 것으로 관측된다. 디지탈옵틱 관계자는 "사채권자와 별도 협의를 거쳤고 일부 자금은 쓸 수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용 가능 금액은 대외비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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