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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가이드, 진짜 ESG펀드에 '라벨' 붙인다 [ESG펀드 인증 태동]①워싱 방지 목적, 펀드평가사 전문성 강조…독일·프랑스 사례 참고

이지혜 기자공개 2021-12-09 07:15:12

[편집자주]

ESG펀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자의 관심만큼 우려도 짙다. ‘무늬만 ESG펀드’를 걸러낼 수 있는 변변한 방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의 자정작용이 먼저 이뤄져야 부작용이 적다는 목소리가 크다. FN가이드가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운용사의 ESG 내재화부터 체계, 운용실적까지 검증하기로 했다. 진짜 ESG펀드에 라벨을 붙여 워싱 가능성을 낮추는 게 목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6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FN가이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 인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펀드평가사 중 최초다. 펀드 운용사의 ESG내재화부터 ESG투자 이행 수준까지 체계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FN가이드의 기준을 통과한 펀드에만 ‘라벨’을 붙여 ESG펀드를 한 눈에 가려내도록 돕겠다는 의도다.

ESG워싱(Washing)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커지는 데 발맞춘 것이다. ESG가 재계 최대 화두로 부상하면서 ESG타이틀을 단 펀드가 쏟아진다. 일반 공모펀드가 외면받는 것과 달리 ESG펀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무엇이 진짜 ESG펀드인지 가려내는 곳도, 가려낼 방법도 이제껏 없었다.

ESG펀드에 라벨을 붙이는 방식은 이미 유럽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자발적으로 ESG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공모펀드만 수백개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ESG펀드라는 라벨을 부여한다. 투자자의 정보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ESG 관련 펀드 ‘폭증’, 워싱 가능성도 급증

11월 30일까지 ESG 관련 펀드의 순자산이 모두 7조532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ESG 관련 펀드 개수는 126개, 설정액은 6조3673억원 규모다. 올 들어 새로 편정된 ESG 관련 펀드만 따져도 60여 개가 넘는다. ESG 관련 펀드는 SRI(사회책임투자)펀드를 비롯해 ESG주식펀드, ESG채권펀드, 녹생성장펀드, 뉴딜펀드 등을 아우른 것이다.
올 들어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ESG 관련 펀드의 순자산은 2조9648억, 펀드 개수도 78개에 그쳤다. 2019년 말보다 늘었지만 큰 규모는 아니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와 달리 ESG펀드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운용보수가 일반 공모펀드보다 비싼 점도 운용사들이 앞다퉈 ESG 관련 펀드를 내놓는 이유”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ESG 관련 펀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은 “ESG 관련 펀드가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보다 성과변동성도 줄었다”며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는 기조가 수년간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ESG와 액티브 ETF를 결합한 상품이 자산운용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어떤 ESG펀드가 진짜인지 가려낼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름에 ESG를 내걸었지만 일반 액티브펀드처럼 운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애시당초 무엇이 ESG펀드인지조차 개념이 불분명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ESG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ESG워싱 논란으로 금융사들이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다. 미국 전문투자자문사인 뱅가드그룹은 US ESG ETF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ESG워싱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았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ESG기업으로 분류하기에 논란이 많은 구글, 애플 등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일반 테크핀 ETF에 ESG 간판만 바꿔달았다는 지적이다.

자칭 글로벌 ESG 선두주자인 유럽에서도 워싱 논란이 나왔다. 도이치뱅크 계열 운용사인 DWS가 부적절한 펀드를 ESG상품으로 분류해 ESG투자규모를 허위로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DWS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독일 금융감독청 조사가 시작되자 주가가 폭락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ESG 여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다는 점이 ESG워싱의 한 요인”이라며 “금융사가 ESG워싱 논란에 휩싸이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평판훼손 등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SG펀드의 개념이 흐리기에 금융사는 ESG워싱 혐의를 받아도 객관적으로 반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

◇FN가이드, ESG워싱 방지 ‘힘 보탠다’

FN가이드는 ESG펀드를 인증해 워싱 논란을 줄이는 게 목표다. 최근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엄격한 검증을 거친 ESG펀드에만 라벨을 붙일 방침이다. FN가이드 관계자는 "현재 국내 ESG펀드는 일반 대형주펀드와 차별성이 별로 없다"며 "운용사별 ESG펀드의 개성도 뚜렷하지 않다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FN가이드는 펀드평가사로서 전문성을 살려 ESG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펀드평가사로서 FN가이드의 업력은 짧지 않다. 2006년 금융감독위원회에 집합투자기구평가사로서 등록해 2008년 펀드분석 시스템 FnSpectrum을 출시했다. 펀드 관련 정보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거래소와도 협력하고 있다.

ESG 분야에서도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2020년 1월 국내 최초로 ESG채권지수를 발표했다. 그해 7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ESG채권 인증업무 협력도 맺었다.

ESG펀드에 라벨을 붙여 인증하는 방식은 이미 유럽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와 독일이다. 프랑스는 재경부가 주도해 2016년 SRI라벨을 개발했다. 딜로이트, EY프랑스, 프랑스표준화협회(AFNOR) 등이 인증업무를 맡았다. 인증기관은 SRI라벨을 붙이기 위한 평가 외에 사후감사도 진행해 인증을 갱신할지 결정한다.

독일도 2015년 FNG씰(Seal)을 도입했다. 함부르크 대학교의 지속가능금융학과 리서치그룹 감사팀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지속가능펀드의 인증 신청을 받아 평가한 뒤 FNG씰을 부여한다.

FN가이드 관계자는 “ESG펀드에 라벨을 붙이면 투자자의 정보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동시에 ESG투자 시장이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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