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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메리츠금융지주]실적 '고공행진' 증권·화재, '장수 CEO'도 닮은 꼴②'오너' 조정호 회장, 전문경영인 체제 선택…성장의 비결은 '합리주의·보상체계'

이은솔 기자공개 2022-01-12 07:40:22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0일 11: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두 '형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화재와 증권이 나란히 매년 최대실적을 경신한다는 것도 공통점이지만, 양사의 수장이 업계 대표적인 '장수 CEO'라는 점도 닮아있다. 올해로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7년째,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무려 12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오너'는 조정호 회장이지만 직접 경영에 나서진 않는다. 조 회장은 일찍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10여년 동안 실질적인 경영은 실력이 보장된 CEO에게 맡기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합리주의와 성과주의의 극대화는 메리츠화재와 증권이 고속 성장한 비결로 꼽힌다.

◇한진家 막내였는데…'형보다 나은 아우' 된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조 회장은 경영수업 초창기부터 증권과 화재를 오가며 금융 전문성을 쌓았다. 한일증권 상무, 동양화재 전무 등을 거쳤고 2000년에는 메리츠증권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메리츠 금융계열사는 2003년 한진 2세들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그룹에서 분리됐다. 첫째아들인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둘째 조남호 부회장이 한진중공업, 셋째 조수호 부회장이 한진해운, 넷째 조정호 부회장이 금융 3사를 맡았다.

당시만 해도 금융 3사는 그룹 내 가장 존재감이 미미했다. 한진은 '중후장대'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기업 집단으로 전성기에는 항공·해운·중공업 등이 그룹의 중심이었다. 2003년 당시에도 기업 체제에서 중공업과 금융을 떼어내고 항공·해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계열을 분리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결과적으로는 메리츠지주가 '똘똘한' 회사가 됐다.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한진중공업은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대한항공 역시 오너일가 논란과 코로나19 등을 차례로 겪으며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

그 사이 메리츠금융지주는 자산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규모를 키웠다. 메리츠금융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현재 1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은 9조원대다. 최근 메리츠금융 3사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룹 내 막내 지위였던 금융계열사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희문 '업(業)의 전문성'·김용범 부회장 '경영 혁신' 강점으로 실적 훨훨

계열분리 이후 조 회장은 점차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증권의 경우 1997년부터 2003년까지는 조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이후에는 성과가 입증된 전문경영인을 기용했다. 2009년 삼성증권 출신인 최희문 부회장이 메리츠증권 대표로 스카웃됐다. 이후 최 부회장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메리츠증권의 수장을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은 다양한 투자은행(IB) 업무 경험을 살려 메리츠증권을 부동산PF에 특화된 강한 증권사로 키워냈다.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캐치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렸고, 가용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부동산금융이 정책적으로 위축되자 리테일 강화로 발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최 부회장의 증권업(業)에 대한 전문성이 바탕이 됐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최 부회장과 달리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과 오랜 경력은 없는 상태로 부임했다. 당시 최 부회장과 함께 메리츠증권의 대표를 맡던 중 화재 대표로 이동했다. 이전까지는 보험이 아닌 '증권맨'이었지만, 전통적인 보험업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메리츠화재의 고속 성장에 도움이 됐다.

김 부회장은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경영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방법론의 혁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극도로 합리적인 성과주의 체제와 비용절감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김 부회장이 부임 직후 강조한 '아메바 경영'은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주인 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수익 단위를 잘게 나누고 업무에 따른 보상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관리자 조직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직원과 점포도 대거 축소하면서 비용절감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제외하고는 주요 의사 결정도 전결 규정에 따라 각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맡긴다. 조 회장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지주 자회사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조 회장이 받는 배당금도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2.2%, 메리츠증권 지분 0.9%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0년 결산 배당으로 총 890억원을 수령했다. 보유 지분의 가치는 2022년 1월 기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성과를 낸 경영진에 대한 보상도 아끼지 않는다. 성과금을 포함한 2020년 연봉은 최 부회장 23억원, 김 부회장 20억원 가량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은 별도다. 오너는 아니지만 회사의 성장에 따라 수십 억원의 보상을 받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놨다.

실적만 따라준다면 임기 역시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3월 3연임에 성공했다. 2024년까지 임기 3년을 추가로 부여받았는데, 업계에서는 새 회계제도 도입 등 보험업 내외부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김 부회장이 임기를 무난하게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경우 올해 3월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데 역시 재선임이 높게 점쳐진다. 이번에 연임할 경우 4연임으로 현역 증권사 수장 중에서는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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