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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과 칼라일 이규성 대표의 인연 3년전 '공개 대담'서 돈독한 관계 눈길···칼라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인수 소식에 주가↑

양도웅 기자공개 2022-01-10 10:23:52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6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5월22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이 서울에서 개최한 '투자자 컨퍼런스'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직함은 수석부회장)이다. 200명에 가까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모인 자리에 그룹 오너가 등장하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이례적이다.

정 회장이 단순 인사 차원에서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와 리더십과 모빌리티 등을 주제로 30분간 대담했다. 대담에서 학창 시절 할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와의 아침 식사 일화, 딸과 아들에 관한 이야기 등 그간 공개 석상에서 잘 꺼내지 않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평소 교류가 있던 이 대표의 제안으로 정 회장이 참석을 결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회사에서 마련한 공식 행사나 모빌리티 관련 행사가 아닌 곳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정 회장 성격을 고려하면 이러한 공개 대담과 거기에서의 솔직담백한 발언 등은 이 대표에 대한 정 회장의 신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실 정 회장에게 이 시기는 투자자들과의 스킨십이 필요한 때이기도 했다. 1년 전인 2018년 초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해 중도에 접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대표가 '투자자 컨퍼런스'를 빌려 정 회장에게 투자자들과 소통할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 (출처=현대자동차그룹)

1965년생으로 정 회장보다 5년 연상인 이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월가의 단단한 '대나무 천장'(아시아 이민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깬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도 이 대표의 성공 스토리와 인품에 매료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돈독한 둘의 관계가 지난 5일 칼라일그룹이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현재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존 29.99%에서 20% 아래로 낮출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너일가에 우호적인 곳으로의 매각이 필요했다.

또한 2018년 미국계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도로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 반대에 부딪혀 한 차례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는 오너일가와 현대차그룹으로선 '우군 확보'가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오너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미래에 지배구조 개편의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시장 평가(주가)를 높게 만드는 곳을 찾아야 했다.

(출처=한국거래소)

우군 확보와 주가 부양. 이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소해준 곳이 바로 이 대표의 칼라일그룹이다. 칼라일그룹은 굴리는 자산만 260조원이 넘는 글로벌 3대 PEF 운용사이다. 그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관련 공시가 나온 이튿날(6일)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주식시장 개장 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1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전일 종가 대비 9.3% 오른 것으로 시장이 곧장 반응했다. 18만9000원은 최근 한 달 기준 최고가이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어닝 서프라이즈'와 5000억원 규모의 운송계약 체결에도 요지부동이었던 점을 보면 칼라일그룹 인수 파급력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칼라일그룹이 이사 1인 지명권과 태그얼롱(동반매도권)을 가져갔기 때문에 단기간 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지분을 매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18년 지배구조 변화를 시도했다가 철회한 현대차그룹의 경험을 비춰볼 때 시장 친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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