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13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한 창업투자회사 대표는 수탁 은행을 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출자자만 모으면 조합 결성이 끝난 것이나 다름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곳을 물색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 토로했다.벤처캐피탈의 자금 수탁 문제가 부각된 것은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이 불거지고 난 뒤부터다. 벤처캐피탈과는 극명히 성격이 다른 자산운용사들이었지만 펀드 자금 수탁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유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다. 심지어 중기부 고위 간부들이 시중은행 임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벤처캐피탈들의 수탁 문제를 언급하며 해법을 마련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각 분야 전문가, 이해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도 마련됐다. 세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벤처캐피탈 업계 종사자들을 필두로 모두가 브레인 스토밍에 열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금융회사 대부분을 거론하며 수탁 업무를 맡기는 것이 가능한지를 검토했지만 현행 제도를 바꾸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은행들은 벤처캐피탈 자산 수탁 업무를 품에 비해 수익은 별로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관리 책임이 강화돼 부담은 더 커졌다. 일부 은행들은 이같은 상황을 벤처캐피탈 수탁 업무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것 같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NH농협은행의 전향적 자세다.
또다른 창업투자회사 대표는 은행의 수익성이 문제가 된다면 수수료를 더 낼 의향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들에게 수탁은행 문제란 투자를 집행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중요한 통로다. 투자회사로서의 존폐가 달려있다는 얘기다.
창투사는 민간 출자자는 물론 공공의 성격을 띠는 기관투자가들의 검증까지 받은 운용사다.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도 가지고 있다. 수탁은행 책임론을 촉발시킨 라임이나 옵티머스와 같은 운용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한때 은행을 금융기관이라 일컫기도 했다. 단순한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하는 일종의 기관 성격을 띤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표현이다. 덕분에 많은 제도적 지원도 받아 왔다. 그런 은행들이 단순히 수익이라는 측면에서만 벤처캐피탈 수탁 업무를 바라보지만은 않았으면 한다. 수탁 업무를 두고서 많은 내적 고민을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벤처캐피탈이라는 산업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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