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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무대' 하늘로 확장하는 현대차 신재원 사장 [현대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람들]④미 NASA 출신 항공 전문가, UAM사업 총괄…'인류를 위한 진보' 비전 기여

유수진 기자공개 2022-02-07 08:19:03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 이후 두 차례의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듯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좌우되는 게 당연지사.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하는 정 회장의 꿈을 현실로 바꿔줄 핵심 인물들은 누구일지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하면서 과거 제트엔진이 처음 나왔을 때 종사자들이 얼마나 흥분됐을지(excited) 상상해왔다. '전동화'와 '자율비행'이 항공업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돼 다시 한번 놀라운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시기에 살고 있어 정말 기쁘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는 최근 '2022년도 항공우주인 포럼'을 찾아 이 같이 소회를 밝혔다. 2030년 항공우주산업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모여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산업계 인사 자격으로 참석한 신 사장은 행사 내내 업계 선후배·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지난 14일 '항공우주인 포럼'을 찾은 신재원 현대차 사장(오른쪽 두번째).

◇현대차 속 '항공' 전문가, 글로벌 UAM 시장 선점 '중책'

하지만 신 박사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은 항공 기업이 아니다. 그의 명찰엔 '현대자동차'란 다섯글자가 또렷했다. 2019년 9월 현대차 입사 후 약 2년 반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을 총괄해 오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는 '항공 전문가'인 셈이다. 2020년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한 차례 승진도 했다.

신 사장은 현대차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를 영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현대차가 어디에 힘을 싣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정도로 항공우주업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입지전적 인물로 손꼽힌다. '능력 중심' 인재 영입이란 정의선 회장의 인사 철학에 꼭 맞는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몇년 전부터 '자동차 제조사' 딱지를 떼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엔 회사를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그가 꼽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는 자동차와 로보틱스, 그리고 UAM이다.

정 회장은 2020년 1월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신사업으로 UAM을 꺼내든 바 있다. 당시는 신 사장이 현대차에 온 지 불과 3~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다. 그런 그에게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중책'을 맡긴 건 역량과 잠재력을 높이 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항공업 경험이 없는 현대차엔 리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 이미지. <사진=현대차>

UAM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개인 항공기(PAV) 중 하나로 도심에서의 이동효율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모빌리티다. 정 회장의 구상은 UA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가 미래 도시 전역에 위치한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와 연결돼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까진 '땅 위'에 한정됐던 모빌리티의 무대를 '하늘 길'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사람들이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겠다는 포부다. 이는 현대차의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신 사장이 현대차에 합류한 뒤 걸어온 길은 사실상 '현대차 UAM의 역사'와 다름 없다. 실제로 출발선부터 동일하다. 현대차는 2019년 9월 UAM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사업부'를 신설하며 신 사장(당시 부사장)을 영입해 사업부장에 앉혔다.

그로부터 한달 뒤 정 회장은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UAM이 그룹 미래의 30%를 책임질 거라고 공언했다. 신 사장에게 급성장이 예상되는 UAM시장을 선점하라는 '특명'이 주어진 셈이다. 실제로 그는 빠르게 현대차의 UAM사업을 구체화하며 확대해 가고 있다.

◇NASA 최고위직 출신, 2028년 완전 전동화 모델 상용화 '목표'

신 사장은 30년 이상 한 우물만 파온 '항공 전문가'다. 1959년생으로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를 모두 마쳤다. NASA 산하 글렌리서치센터에 발을 들인 건 1989년이다. 입사 초기 항공기 날개와 엔진, 동체 등에 생긴 얼음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 항공안전 관련 연구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1998년 항공안전기술개발실장을 맡은 뒤 2001년 항공연구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4년 항공연구총괄본부 부본부장에 이어 2008년부터 12년 동안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지냈다. NASA의 모든 항공연구와 기술개발을 관리하는 '최고위직' 중 하나다. 여기엔 '동양인 최초'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현재 신 사장은 국내 UAM사업 뿐 아니라 미국 UAM법인 '슈퍼널'도 함께 챙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미국에 해당 법인을 설립하고 전기수직이착륙장치(eVTOL)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워싱턴D.C에 본사가 있으며 올해는 캘리포니아에 연구시설을 세워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UAM시장이 2040년 1조5000억원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선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모델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 투트랙으로 기체 개발과 제반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관계 기관 및 주요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UAM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는 만큼 신 사장의 그룹 내 입지 또한 탄탄하게 유지될 거란 전망이 많다. 그 역시 대내외적 보폭을 넓히는 등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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