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배재규 신임대표, 순익 턴어라운드 과제 [자산운용사 경영분석]고유재산 평가손실에 순익 2년째 감소…ETF·TDF 성과 좌우
이민호 기자공개 2022-03-10 08:14:47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8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임대표가 2년 연속 감소한 순이익을 반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해는 일부 자사펀드에 투입한 고유재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배 대표가 확장을 공언한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에서의 성과가 순이익 턴어라운드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순익 2년 연속 감소…해외주식 확대는 유효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51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2020년보다 10.5% 증가한 성과다. 공모 해외 부동산펀드를 5개 설정해 매입보수를 대거 수취하면서 연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2019년(527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준수한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다만 순이익은 331억원으로 2020년보다 6.5% 오히려 감소했다. 2019년(404억원) 이후 2년 연속 줄어들었다. 자사펀드에 대한 고유재산 투자에서 평가손실을 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펀드 의무 시딩자금 2억원을 제외하고 자사펀드에 투자한 고유재산의 성과를 영업외수익 내 지분법이익과 영업외비용 내 지분법손실에 각각 반영한다.
지난해 지분법이익은 12억원이었지만 지분법손실은 85억원에 달했다. 지분법손실이 2019년 2억원, 2020년 3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급증한 것이다. 일부 대체투자펀드에 투입한 고유재산 중심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작년에는 조홍래 전 대표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끈 마지막 해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출신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 글로벌리서치 실장과 경영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조 전 대표는 2015년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지난해말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7년간 자리를 지켜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조 전 대표는 특유의 조직관리 능력에다 해외 비즈니스 확장을 더하면서 꾸준히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는 공모 해외 부동산펀드가 그 역할을 했다면 2020년과 지난해에는 시그니처 펀드로 자리잡은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주식)’를 포함한 해외 주식형펀드가 주효했다.
2017년 10월 설정된 이 펀드의 순자산은 2020년말 5093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말에는 1조7419억원까지 불어났다. 투자 선호도가 높은 해외주식형과 테마형에 집중한 상품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이외에 ‘한국투자KINDEX미국S&P500증권ETF(주식)’의 기여도도 높았다. 2020년 8월 설정돼 지난해 연말까지 순자산이 578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들 펀드의 순자산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말 전체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8조6189억원으로 2020년보다 36.3% 증가했다. 이는 영업수익에서 비중이 가장 큰 펀드운용보수를 1060억원으로 이 기간 16.9%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다만 지난해 공적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에 실패한 것은 조 전 대표의 임기말 오점으로 남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연기금투자풀이 복수 운용체제로 바뀐 2013년부터 약 8년간 주간운용사 지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재선정에 실패하면서 4월 업무가 종료됐다. 업무 종료 직전인 지난해 2월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연기금투자풀 수탁고는 10조3101억원이었다.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주식)’와 ‘한국투자KINDEX미국S&P500증권ETF(주식)’를 앞세운 주식형펀드 순자산 증가에도 한국투자신탁운용 전체 펀드순자산이 지난해말 40조6514억원으로 1년 새 28.0% 크게 감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기금투자풀 수탁고가 포함된 일반사모펀드 순자산이 20조5834억원으로 이 기간 48.4% 급감했다.
◇배재규 신임대표 성과척도 ‘ETF·TDF’…시장경쟁 심화 돌파 과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들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ETF 시장 입지전적 위치에 올라있는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신임대표(사장)로 전격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배 대표는 지난 2월 취임사에서 향후 집중할 분야로 △ETF △TD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꼽았다.
이 때문에 올해 이들 상품의 시장지배력 확대 성공 여부에 따라 배 대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말 수치를 보면 ETF와 TDF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위치는 여전히 추격자로 평가할 만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지난해말 전체 ETF 순자산은 3조4214억원이다. 1년 새 9957억원 늘었다. 순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은 4.6%로 이 기간 0.1%포인트 소폭 하락해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다만 ETF 시장에서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 순위는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미국 라인업 강화가 순위 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국투자KINDEX미국S&P500증권ETF(주식)’ 외에도 2020년 10월 론칭한 ‘한국투자KINDEX미국나스닥100증권ETF(주식)’의 순자산이 지난해 연말까지 3753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운용을 개시한 액티브ETF인 ‘한국투자KINDEXESG액티브증권ETF(주식)’와 ‘한국투자KINDEX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증권ETF(주식)’의 순자산이 각각 연말까지 330억원과 357억원 확대되는 데 그친 점은 아쉬웠다. 순자산이 미미했던 ‘한국투자KINDEX배당성장’을 9월 상장폐지하는 등 성과가 부진한 상품도 있었다.
TDF의 경우 운용 중인 9개 ‘TDF알아서’ 펀드의 합산 순자산이 지난해말 1조3383억원으로 2020년말보다 104.5% 증가했다. 생애주기상 투자수요가 탄탄한 ‘한국투자TDF알아서2030(주혼-재간접)’이나 ‘한국투자TDF알아서2045(주혼-재간접)’를 포함해 대부분 상품의 순자산이 1년 새 두 배가 됐다.
다만 절대적인 순자산 규모만 보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삼성자산운용 등 주요 경쟁사에 여전히 뒤쳐져있다. 다수 자산운용사가 TDF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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