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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배두용 부사장, 통상전문가 넘어 안살림 총괄자로②재무·ESG·안전관리 관할…신사업-재무전략 밸런스 위한 포트폴리오 효율 개선

손현지 기자공개 2022-03-24 13:28:33

[편집자주]

구광모 체제 이후 LG전자가 숨겨진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전명가(名家) 타이틀 대신 '모터스 LG'로 거듭나기 위한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적자를 지속하던 스마트폰, 태양광패널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전장과 로봇 등 신사업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뉴LG' 비전을 품고 빠르게 변화하는 LG전자의 핵심 경영진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2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는 재무라인 위상이 유독 높은 기업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고경영책임자(CEO)와 '각자대표' 체제로 동등한 지위에 서 있다.

이러한 기조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CFO와 CEO가 각각 '안살림', '신사업발굴' 업무를 분담하는 체제로 CFO의 파워가 막강하다. 전장, 로봇 등 신사업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이해선 효율적인 재무전략(자금조달)이 우선 뒷받침되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구 회장이 택한 CFO는 배두용 부사장(사진)이다. LG전자에서 14년간 통상전문가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룹의 안살림을 책임지며 최근에는 ESG, 안전관리 등 다양한 업무까지 총괄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평가된다.

◇논리와 명분으로…국제통상 위기마다 '백전백승'

배 부사장은 2019년 11월, CFO로 선임되며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LG전자 CFO는 전임자였던 정도현 전 사장이 무려 11년이나 장기집권해오던 자리라 변화만으로도 상징성이 충분했다. 구 회장 체제에서 교체된 인사인데다, CFO직을 꿰차자 마자 4개월 만에 사내이사(대표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하자 그의 업무성과, 자질 등에 이목이 집중됐다.

역대 CFO들처럼 '정통 LG DNA'를 보유한 인물은 아니었다. 국세청 출신 '외부 관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CFO발탁 당시 재임기간이 14년차에 달했지만, 전임자인 정호영·정도현 CFO들이 LG계열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안살림을 세세하게 관리해야 하는 CFO업무의 특성상 내부사정을 잘모르는 외부출신 선임이 드문 편이다.

배 부사장은 행정고시 33회, '경제관료' 출신이다. 서울청 국재거래관리국 소속 서기관 등을 지내다가 2005년에서야 LG전자로 이동했다. 탄탄한 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입사때부터 상무직을 달았다. 세무통상, 해외법인관리 등을 거치며 매번 '국제통상'이란 굵직한 대외적 이슈의 최전선에 섰다.

통상담당자로서 이룬 성과는 상당했다. 2006년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가 있을 때마다 LG전자를 대표해 호소력있는 목소리를 내 유럽연합(EU),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관들의 변호를 이끌어냈다.

경쟁사 월풀과의 무역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월풀이 미국 현지 점유율을 높이는 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2011년부터 국제무역위원회(ITC) 측에 반덤핑 관세 부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청원 등을 요청하자, 배 부사장은 수년간 반박주장을 내고 조율을 이끌어냈다. 2017년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적극 대응한 성과를 높게 평가받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배 부사장과 관련 "논리와 명분을 바탕으로 국제 금융기관를 설득하는 스마트한 인물"이라며 "LG전자가 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출길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쇄신'을 꾀한 구 회장이 주목한 점도 구 부사장의 조율 능력이었다. 공격성향을 지녀야 하는 신사업투자와 보수적인 기조를 취해야 하는 재무관리. 양 극단에 있는 두 요소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중책을 맡겼다.


◇'새 시대 새 CFO임무'…ESG·안전관리 업무까지

배 부사장은 CFO로 선임된 뒤 컨퍼런스콜 등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공식 활동은 주주총회 정도로만 일축시켰다. 전임자들이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을 시도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전임자인 정호영·정도현 CFO 모두 기획, 재경팀 이력을 보유했던 것과 달리 줄곧 국제통상 업무를 맡아왔다. 상대적으로 투자자들과의 소통, IR업무에는 익숙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업무 범위가 광대해져 바빠진 영향도 있다. 배 부사장은 CFO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재무전략 총괄 업무 외에도 '안전관리', 'ESG경영'의 책임자로 활약 중이다. 올초 시행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비하기 위해 신설된 위기관리책임부문(CRO, Chief Risk Officer)직을 겸하고 있다.

조주완 대표이사(CSO)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 전략에도 가담한다. 최근 ESG경영이 자본조달이나 투자기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상한데 기인한다. IR 책임자로서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전반의 성과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구 회장 역시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지하고 전사적인 대응을 주문한 상태다.

배 부사장은 구 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재무관리의 균형을 고려하고 있다. 신사업 분야에서 당장의 수익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비성장 사업 청산 작업을 위한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에 한창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작년 적자기조를 이어가던 스마트폰 사업 중단을 이끌었다.

올해도 투자재원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사업 담당하는 전장(VS)사업본부가 작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오히려 적자폭이 두배 이상 커지자, 지난달 시장점유율이 0%대로 저조하던 태양광패널 사업 철수 아이디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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