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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이 허문 SM엔터 옹벽, KB운용은 왜 뚫지 못했나 2019년 표대결 압박후 후퇴…매니저 오너십 하우스, 뚝심 발휘

양정우 기자공개 2022-04-06 08:12:35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생사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에 신규 감사 선임을 위한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두자 동일한 명분으로 행동주의에 나섰던 KB자산운용의 과거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KB운용도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라이크기획을 저평가의 근원으로 지적하면서 표 대결의 채비를 했으나 돌연 후퇴를 결정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얼라인운용의 주주제안 안건은 압도적 표 차이로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이 모두 찬성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라이크기획 이슈는 오랜 기간 문제시 돼왔고 비난의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따라서 승산이 컸던 사안에 KB운용이 '본게임'에 앞서 백기를 든 배경이 다시금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운용사 VS SM엔터, 같은 명분 다른 행보…KB운용, 대결 구도 본격화 후 퇴각

KB운용이 SM엔터에 주주서한을 보낸 시점은 2019년 6월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라이크기획이 SM엔터에서 수취하는 인세는 기타주주와 이해상충에 놓여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라이크기획과 SM엔터의 합병 △배당성향 30%의 주주정책 수립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SM엔터는 두 차례에 걸친 답변서를 통해 사실상 거부의 답변을 내놨다. SM엔터와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싱 계약을 갑작스럽게 종료하거나 변경하는 건 사업 경쟁력 손상 등 치명적 상황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시장에서는 SM엔터와 KB운용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KB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공식 레터를 작성할 때부터 표 대결까지 감안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었다.

KB자산운용이 2019년 SM엔터테인먼트에 전달한 주주서신.

판세도 KB운용에 불리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엔 SM엔터 지분율을 당초 7.5%에서 8.3%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종전 3대주주인 한국투자신탁운용(지분율 8.3%)을 밀어내고 이수만 프로듀서(18.7%), 국민연금(9.9%)에 이어 3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주요 기관투자가의 지분율은 36.6%에 달해 오너보다 훨씬 많았다.

라이크기획 논란은 이들 기관의 결정을 좌우한 의결권 자문기관도 주주제안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이슈다. 이번 얼라인운용의 주주제안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물론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에서 모조리 찬성을 권고 받았다.

하지만 KB운용은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나서기보다 보유 지분 매도에 나서면서 퇴각을 결정했다. 지난달 31일 얼라인운용이 승리를 거둔 후 SM엔터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1일 종가는 8만5900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에 이어 5.27% 상승했고 장중 한때 10% 이상 치솟아 9만원 대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그룹 계열사, 행동주의 고수 쉽지않아…코로나 사태 발생도 '돌발 이슈'

KB운용이 본 싸움을 벌이기 전부터 백기를 든 이유로 우선 종합자산운용사로서 가진 한계가 지목된다. 행동주의 투자는 펀드매니저의 강한 확신을 기반으로 공격적 액션을 이어가야 하는 전략이다. 담당 매니저가 오너십을 가진 운용사일 때 더 강력하게 행동주의 전략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다.

종합 금융그룹 계열사 자산운용사에서는 직장인인 담당 매니저가 뚝심을 바탕으로 행동주의를 진두지휘하는 게 만만치 않다. 행동주의 액션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때나 예상치 못한 돌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경영진이나 다른 매니저와의 이견 차이를 모두 극복해 나가야 한다. 스튜어드십코드 차원에서 주총 안건을 성실하게 판단할 뿐 행동주의 전략을 전면 지지할 정도의 행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특히 대기업인 종합자산운용사들은 일반 기업과 이해상충 이슈로 엮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행동주의 전략에 나섰던 시점에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가 생긴 것도 소극적 스탠스를 보인 배경으로 꼽힌다. 2019년 주주서한에 명시한 표 대결을 예고한 주총은 2020년 정기주총이었다. 하지만 그 해 초반부터 코로나19 쇼크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흔들렸고 운용사마다 관리에 초점을 맞춘 기조를 유지했다. 이런 여건에 표 대결 이슈를 들이대면 주가의 불확실성이 점증할 가능성까지 감안한 것으로 관측된다.

KB운용 관계자는 "행동주의 전략에 발동을 걸 때마다 내부 의견을 치열하게 수렴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며 "당시 투자자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던 주요 인사는 대부분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투자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하던 헤지펀드 운용사가 행동주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공모펀드 라이선스를 가진 플레이어는 그룹 계열이 아닌 독립계 하우스 트러스톤자산운용 정도다. 공모펀드 역시 경영참여 목적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다양한 주주제안 안건을 제시하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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