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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 대표가 심은 '혁신DNA'... 중고나라 부활 신호탄 올린다 [Pe&People]플랫폼 진화 본격화, 롯데그룹 시너지 효과 가시화

조세훈 기자공개 2022-04-14 07:28:34

[편집자주]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피투자회사의 C레벨은 야전사령관이다. 펀드 운용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투자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실무에서 밸류업 상승을 이끌어 내야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더벨은 PE 포트폴리오기업 C레벨이 그리는 밑그림과 전략,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1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산업군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개인 간 거래를 활성화해 제품의 생명주기를 확장하는 중고거래 비즈니스 방식은 플랫폼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모두 충족한다. 중고거래를 표방한 기업들은 최근 몇년 새 모두 기업가치가 대폭 뛰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중고나라는 1세대 플랫폼 사업자다. 혁신에 다소 늦으며 후발 주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2000만명이 넘는 회원 가입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이다. 지난해 사모펀드(PEF)운용사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가 중고나라 지분 95%를 1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쇼핑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며 든든한 사업 파트너도 확보했다.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홍준 대표(사진)는 앱 플랫폼 고도화와 소비자 편리 서비스 제공, 롯데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온오프 거점 확보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차별화되는 버티컬(Vertical) 플랫폼으로 진화해 중고거래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지난해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선만큼 수익 창출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 중고나라 대표가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더벨과 인터뷰하며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혁신 색채 입힌 중고나라...플랫폼 진화 본격화

중고나라는 국내 1세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뒤 2013년 법입화한 중고나라는 법인 설립 뒤 외부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경쟁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생존의 위기감마저 돌았다. 앱 도입 시기가 번개장터(2010년)나 당근마켓(2015년)보다 늦은 2016년에 시작할 정도로 혁신 경쟁에서 뒤쳐진 탓이다.

주인이 바뀐 중고나라는 혁신DNA를 새롭게 탑재해 빅3 경쟁체제에 본격 뛰어들었다. 우선 인력 구성부터 전면 교체해 평균 직원 나이가 3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젊어진 중고나라는 지난 일년 간 앱 기반 서비스 고도화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 홍 대표는 "이전에는 기존 사업 유지와 앱 서비스의 비중이 7대3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반대가 될 만큼 앱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안전성과 결제 편리성을 위해 중고나라페이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시세조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3개월간 이뤄진 실거래를 통해 시세조회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가장 거래가 많은 품목인 아이패드 같은 경우 오차 범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시세를 제시한다.

앱 편리성이 도입되면서 한때 주춤했던 성장세가 반등하고 있다. 중고나라 전체 가입자는 2500만명 수준이다. 이중 네이버 카페는 1900만명, 앱 가입자는 600만 명이다. 앱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성장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월간 순이용자(MAU)는 1300만 명이며 상품등록수의 경우 월간 400만~500만 건에 이른다.

홍 대표는 최근 성장하는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비교해도 중고나라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나라는 가장 오래된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랫폼이지만 네이버 카페 기반의 사업을 하느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현재 적극적인 신규 사업으로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당근마켓, 번개장터의 성장으로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두 배 넘게 커진 점은 오히려 감사한 부분"이라며 "중고나라는 주로 30~50대 남성이 IT 등 중고가 제품을 거래하는 특성이 있어 이런 고객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나라는 최근 버티컬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먼저 중고거래가 활발한 바이크 시장에 진출해 고품질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중고나라가 중고바이크를 직접 매입한 뒤 성능검사, 품질관리 등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재판매한다. 올해에는 자전거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 롯데그룹과 시너지 구상, 대대적 협업 진행

중고나라는 올해부터 롯데그룹과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중고나라 인수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SI로 관계를 맺은 곳이다. 인수 당시부터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 및 물류 인프라를 중고나라와 결합하면 온오프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고나라는 세븐일레븐과 ‘비대면 직거래 픽업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사전에 약속을 정하고 판매자가 가까운 세븐일레븐 점포에 상품을 위탁하면, 구매자가 상품을 픽업하는 방식이다. 세븐일레븐 1만1100여개 점포와 최근 인수한 미니스톱(2600개) 전국 점포에서 비대면 오프라인 거래가 가능토록 했다.

세븐일레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중고나라를 활용하고 있다. 중고나라 플랫폼 내 '스프마켓(스페셜프라이스마켓)' 코너를 만들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판매한다. 벌써부터 재고처분 비용이 많은 편의점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플랫폼 업체의 방문자를 늘리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도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고나라가 IT기반 거래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롯데하이마트와도 온오프 채널을 통한 사업적 교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롯데온, 롯데백화점과 중고나라의 명품·중고 바이크 등 고가 제품을 매입 후 재판매하는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중고나라의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하면서 롯데 측과 계속 미팅을 진행하며 사업적 시너지 방안을 논의했다"며 "세븐일레븐과 협약식을 맺으며 가시적 성과가 나온 만큼 앞으로도 상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 "과거는 잊어라"...NFT부터 에코까지 시장 선도 집중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한 21세기 초반 사업모델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박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전방위적인 리빌딩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광고, 블록체인 전문가인 홍 대표가 중고나라에 새로운 색채를 입혔다. 그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해 광고운영실장을 거쳐 모바일 광고업체인 퓨처스트림네트웍스를 창업한 뒤 카울리 비즈니스본부장, 세컨플랜 대표를 역임했다. 유진자산운용은 중고나라 인수를 시작하면서 홍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할 만큼 바이아웃 딜의 핵심 인사로 평가받는다.

중고나라는 올해부터 블록체인 기반(NFT) 디지털 보증 서비스 업체인 매스어답션과 함께 중고나라 플랫폼에 등록된 명품 중고거래 상품에 대해 무료 감정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개인 간 명품 거래 시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포켓몬 카드를 모으기 위해 구매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포켓몬빵 신드롬을 NFT 시장에 이식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레어 카드를 보유한 유저에게 NFT를 발행하고 구매증명을 한다. 중고나라가 카드를 보관하고 있다가 유저가 요청을 하면 실물 카드를 제공하는 구조다. 유저들이 관심있는 제품들을 NFT 시장으로 묶어 나름의 시장과 고객군을 형성한다는 복안이다.

ESG 시대에 발맞춰 재활용 개념을 확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중고거래를 통한 자원 선순환으로 제품의 생명주기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쓸모의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중고거래가 이뤄지면 마일리지 포인트를 에코마일로 제공한다. 자원선순환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인식의 변화를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홍 대표는 "나한테는 쓸모가 떨어지지만 다른 이에게는 쓸모가 있다면 판매하는 게 중고거래의 핵심"이라며 "중고거래 당사자는 사회에 자원선순환을 통해 기여해 에코마일로 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홍준 중고나라 대표이사 프로필

△1995년 ~ 1999년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 졸업
△1999년 ~ 2009년 NHN 광고운영실 실장
△2009년 ~ 2014년 FSN(퓨처스트림네트워크) 공동 창업
△2015년 ~ 2017년 세컨플랜 CEO
△2018년 ~ 2020년 AD4th(구.FocusM) / weBloc CEO
△2021년 ~ (현) 중고나라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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