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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P' 엑시노스2200, 왜 갤럭시S22 점유율 낮아졌나 이재용 야심작…MX사업부 수율·성능 냉정 평가, 시스템LSI사업부와 각자도생 체제 원인

손현지 기자공개 2022-04-14 13:45: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3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이 녹아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작, 엑시노스 2200은 이재용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린다. 시스템반도체 중 AP시장 장악력 확대를 위해 최근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막상 엑시노스2200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주요 발주처인 삼성전자의 모바일경험(MX)사업부(옛 무선사업부)가 국내 등 주요국가 갤럭시S22에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삼성이란 한 지붕아래에서 AP를 만드는 시스템LSI부에 대한 무선사업부의 냉정한 평가가 주효했다.

◇'박성범·마이클고다드·AMD' 협업했지만…S시리즈 놓쳤다

작년 이재용 부회장은 복귀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재가동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폭발하면서 3년간 240조 투자 청사진 중 시스템반도체에만 50조원 넘게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부터 시스템반도체 1위를 공언하며 대규모투자를 공언해 왔다.

시스템반도체를 키우려는 이 부회장에게 AP경쟁력은 중요한 요소다. 그는 삼성의 독자 스마트폰 AP칩셋, '엑시노스' 기술력 개발에 집중해왔다. 엑시노스는 2011년 시스템LSI부가 내놓은 첫 반도체제품이다. 2018년 한때 글로벌 AP시장 마켓셰어를 14%를 차지했지만, 작년 말 8% 수준으로 5위까지 밀렸다.

AP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티스에 따르면 모바일 AP 시장은 연평균 7.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AP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최신 모바일 기기의 연산과 멀티미디어 구동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흔히 모바일프로세서, 시스템온칩(SOC) 등으로 불리며 '스마트폰의 두뇌'로 통한다.

2022년형 AP인 '엑시노스2200'은 이 부회장이 특히나 심혈을 기울인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담당자로 AP설계 전문가이자 최연소 임원인 박성범 상무, 시스템 LSI사업부의 마이클 고다드 상무 등이 합심한 제품이다. 마이클 고다드 상무는 삼성만의 독자 중앙처리장치(CPU)기술 개발과 내재화에 기여한 인물이다.

박 상무는 엑시노스 성능 고도화를 위해 미국 AMD의 설계 기술이 사용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했다. 이전까진 GPU에는 ARM사 '말리'(Mali) GPU를 채택했는데 경쟁사 퀄컴(스냅드래곤), 애플(A칩셋) 제품에 비해 그래픽 처리속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을 개선한 조치다.
시장의 기대는 높았다. 엑시노스2200은 삼성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S22에 '전면' 탑재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양재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AMD가 협업한 신형 엑시노스는 초기 벤치마크 성능이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앞지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런데 엑시노스2200는 삼성 갤럭시 '플래그십' 라인 중 일부 국가에만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2월 갤럭시S22를 소개하는 갤럭시언팩 행사에선 첨단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할 뿐 엑시노스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 같은날 퀄컴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22와 갤럭시탭S8에 신제품 '스냅드래곤8 1세대' AP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글로벌AP 시장에선 엑시노스와 관련 비관론이 제기됐다. 해외 IT전문 매체인 샘 모바일과 유명 팀스터 등에 따르면 엑시노스 2200의 CPU와 GPU는 전작(엑시노스 2100)에 비해 5%, 17% 향상된 데 그쳤다. 이는 엑시노스2100이 전작(엑시노스 990) 대비 상향치인 30%, 40%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라는 평이다.

◇'시스템LSI와 각자도생'…MX사업부가 바라보는 엑시노스는

엑시노스 주요 발주처는 스마트폰 세트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였다. MX사업부가 엑시노스2200을 외면했다는 점은 시장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 MX사업부는 그간 갤럭시S 라인업에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이중 탑재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MX사업부는 AP를 만드는 시스템LSI부와는 '각자도생'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지만 수직계열화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 계열사간 경쟁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며 "완전히 다른 회사처럼 움직인다"고 말했다.

MX사업부 입장에선 모바일 AP는 스마트폰 원가에서 디스플레이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부품 채택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수율과 성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국가 갤럭시S22에만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MX사업부의 결정에 대해 삼성 시스템LSI부의 수율 문제가 유력하다고 판단한다. 삼성전자가 올초 엑시노스2200 공개일정을 돌연 취소했던 배경도 재주목 받았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해 11월 선보이기로 했던 엑시노스2200를 1월 11일로 한 차례 미룬 뒤 또다시 공개일정을 취소했다. 공개를 예고했던 공식 트위터 계정 게시글도 삭제했다. 일찍부터 수율 문제로 탑재 자체가 무산된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200을 공동개발했던 AMD가 모바일 분야에서는 경험이 없다는 점도 성능을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성능 문제는 아니다.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는 엑시노스2200을 내장한 삼성 갤럭시S22 울트라는 싱글코어 1157점, 멀티코어 3307점을 받았고, 스냅드래곤8 1세대를 내장한 제품은 싱글코어에서 1200점대, 멀티코어에서는 3200점 초반대 점수를 받았다.

◇'부품-세트' 전략연결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제기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부품사업부터 세트사업까지 손발을 맞추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영 전면에 서게 된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세트(스마트폰, 가전)업계를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 전자계열사간 사업 조율을 맡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 등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품사업부터 세트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것은 거래 비용을 낮추고 원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한 것"이라며 "수율 등의 문제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삼성이 갖춰야 할 전략"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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