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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자문사 분석]외자 유치가 만든 역사, '거래 달인들'의 탄생①IMF 이후 자문 수요 급증, 'BHP코리아' 선도적 역할

김경태 기자공개 2022-04-25 08:15:48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자문 시장의 태동과 성장은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IMF 이후 외국계 기업과 투자사의 국내 진출이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처음에는 합작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후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직접 법인을 세웠고 곧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외국계 틈바구니 속에서 토종 자문사들도 고군분투하며 상위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더벨이 국내 부동산 자문 시장의 역사와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0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자문사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탄생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과 투자사들의 국내 투자가 활발해지자 그들의 수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문 자문사들이 생겨났다. 특히 IMF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고 투자 기회가 더 많아지자 덩달아 부동산 자문 시장도 커졌다.

부동산 자문 시장을 개척한 업체로는 단연 '비에이치피(BHP)코리아'가 꼽힌다. IMF 이후 다수의 랜드마크딜을 성사시키며 두각을 나타냈고 다른 글로벌 부동산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외국계 기업 수요 대응하며 태동, '터닝포인트'는 IMF

국내 부동산 자문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 초중반이다. 당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할 때 지사가 사용할 업무시설(오피스) 공간을 구하기 위해 국내 부동산시장 리서치와 적절한 매물을 찾아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이런 수요에 맞춰 공급이 생겨난 셈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자문시장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1997년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다. 당시 정부는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바이 코리아(Buy Korea)'라는 기치를 내걸고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외국계 기업과 투자사의 국내 진출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1997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3800여개였는데 1999년말에는 6000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바이 코리아'는 기업뿐 아니라 부동산에도 적용됐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상업용, 공업용 부동산이 시장에 쏟아졌다. 또 경제위기로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였다.

1998년 5월 '외국인토지법'이 개정되면서 외국법인도 국내법인과 동일하게 비업무용 토지를 취득할 수 있게 허용됐다. 이런 시장 변화로 외국계 자본은 서울 요지에 위치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싱가포르투자청 첫 투자 성사시킨 'BHP코리아', 시장 선구자 평가

시장 전문가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자문 시장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업체로 지목하는 곳이 있다. 바로 BHP코리아다. BHP코리아의 역사가 곧 국내 부동산 자문 시장의 역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곳은 이호규 회장이 1994년 설립한 업체다. 이 회장은 미국 뉴저지공대에서 건축을, 컬럼비아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전공했다. 그는 처음부터 사업가는 아니었다. 귀국한 뒤에는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설계에 참여했다.

그 후 기아그룹으로 이직해 해외부동산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안목을 키웠다. 3년간 일한 뒤 1994년 BHP코리아를 설립했다. BHP는 브룩크힐러파커(Brooke Hillier Parker)로 영국계 부동산서비스업체다. 이 회장은 BHP 측과 합작할 때부터 최대주주였고 지분율을 더 높였다.

BHP코리아는 1990년대 초중반에는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를 위한 임차 자문 등을 수행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치면서 BHP코리아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외국계 투자사가 서울에서 대형 부동산을 매입하는 거래에서 자문을 맡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유명한 트렉레코드는 서울 중구 무교동에 버티고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거래다. SFC는 IMF 외환위기의 유탄을 맞은 사연이 있는 건물이다. 개발은 1984년부터 추진됐다. 애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형 호텔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사업자였던 유진관광의 비리, 자금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그 후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이 1993년에 유진관광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호텔이 아닌 오피스빌딩으로 만드는 방안을 내세웠지만 IMF 외환위기로 유진관광이 부도나면서 도심의 '흉물'로까지 불리게 된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사를 구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4억달러(약 3500억원)에 인수했다. GIC가 인수한 뒤 SFC는 도심권역(CBD)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빌딩으로 거듭났다.

BHP코리아는 GIC가 SFC 인수할 때 자문을 했다. 이 외에 GIC가 회현동 아시아나빌딩, 잠실 시그마타워 등에 추가 투자를 할 때도 곁을 지키면서 입지를 굳혔다. 이 때문에 SFC 거래는 GIC의 첫 국내 부동산 매입이자 국내 상업용 부동산 자문 시장의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BHP코리아는 다른 글로벌 부동산업체에 인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국 최대 부동산서비스업체인 세빌스(Savills)가 2005년 지분 50%를 인수했다. 2008년에는 잔여 지분을 취득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세빌스코리아'로 이름도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전경(출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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