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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M&A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까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2-04-22 07:00:38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0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염불은 부처의 모습과 공덕을 생각하면서 아미타불을 외는 일이다. 잿밥이란 불공드릴 때 부처 앞에 올리는 밥을 의미한다. 부처의 진리를 깨닫는 근본적인 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차려놓은 잿밥에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염불을 외는 모습이 불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차 인수전을 보면 이 속담이 떠오른다. KG그룹과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등 여러 업체가 쌍용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대표적인 제조업에 속하는 국내 톱5 완성차업체 쌍용차를 진성으로 인수하려는 의지보다는 주가 부양을 통한 차익 실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뒤 일부 관련 재무적투자자(FI)가 폭등한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둔 전례 때문일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의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더욱이 이들 업체는 지난해 쌍용차 매각 공개입찰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명함을 내밀지 않았던 곳들이다. 1년 새 쌍용차 매물의 가치가 크게 달라졌을리 만무하다.

인수 후보자들이 쌍용차 평택 공장 부지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평택 공장 부지는 약 약 85만㎡(약 26만평) 규모로 현재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 주가 띄우기든 평택 부지 때문이든 잿밥에 대한 동기가 더 강해 보인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돌이켜보면 쌍용차 M&A는 언제나 잿밥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1997년 외환위기 혼란 속에서 손바뀜을 겪었던 쌍용차는 2004년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그룹에 인수됐다. 중국 업체는 준중형 승용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먹튀로 마무리됐다. 신차 개발은 구호에 불과했고 기술력에만 눈독을 들였다. 이후 새로운 주인이 된 인도 마힌드라그룹도 코로나 팬데믹 사태 속에 모기업이 흔들리자 결국 쌍용차를 손절했다. 결과적으로 경영 정상화라는 염불 약속은 지키지 못한 셈이다.

쌍용차가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 이미 수차례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간 터라 정부로서도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00억원, 존속가치는 6200억원으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러 기업과 사모펀드까지 가세하며 쌍용차 인수전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예비인수자가 매수권을 소유한 상황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해 인수 가격을 경쟁에 부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라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쌍용차를 인수한 뒤에도 1조원 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후보자들이 제대로 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쌍용차는 직접 고용 약 5000명, 협력업체 고용 인원까지 합치면 약 16만명의 일자리에 영향을 준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와 고용효과가 커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인수전 참여 의지를 불태우는 후보들이 국내 톱5 완성차 업체로서 쌍용차가 갖는 존재 의미를 제대로 알고서 인수전에 뛰어들었기를 바랄뿐이다. 쌍용차는 M&A 흑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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