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결집시킨 행동주의, '전자위임'이 결과 바꿨다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 "전자서명 활용, 효율성 극대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2-04-25 08:12:16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1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주주추천 감사 선임에 성공하면서 의결권 위임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이뤄지던 의결권 위임 방식의 맹점을 파고 들어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의결권 위임이 가능하게 한 점이 신생 자산운용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와 의기투합한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가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주역이다.◇얼라인파트너스 승리, 전자위임 시스템 '주역'
3월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 등 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감사에 선임됐다. 곽준호 신임 감사는 SM엔터의 전체 발행 주수인 2316만주 중 650만표 이상을 획득했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절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안건은 통과된다.
시장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승리에 앞서 의결권 위임 과정에 주목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지분은 1%에도 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으며 안건 상정에 성공했다. 표대결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를 지지하는 찬성표가 몰렸다.
주주총회 승리의 숨은 주역은 전자서명을 통한 의결권 위임이다. 현재까지도 의결권 위임은 모두 오프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주명부에 있는 주주의 집주소를 확인해 방문하거나 서면 우편발송을 통해 의결권 위임 동의를 받아야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전자 위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다. 전자서명을 통해 본인확인을 완료하고 신분증 사본을 업로드하면 오프라인 위임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방문이나 우편발송 등의 과정이 생략되면서 의결권 위임에 사용된 비용도 10분의 1로 줄었다.
애플리케이션은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가 개발했다. 이창환 대표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2월 이 대표가 우리나라 주식이 특히 지배구조(G) 문제로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소액주주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던졌다. 임 대표는 "적은 자본을 통해 주식을 매입하고 일종의 주주 캠페인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방식이 유효한 모델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임성철 대표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개발자인 임 대표가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나서게 됐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목표로 플랫폼을 기획했다. 임 대표는 LX그룹의 종합물류회사인 LX판토스에서 9년간 몸담으며 SAP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 비정형 쿼리분석, 관리회계 연결전환 프로젝트 등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2023년 주총, 5곳 운용사 협업 목표…실시간 주주명부 시스템 개발"
자산운용업계도 전자서명 활용 방식의 의결권 위임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를 거치며 수십곳의 자산운용사가 자문을 구했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였던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도 비사이드코리아와 접촉해 시스템을 활용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내부 부서가 아닌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배경도 보다 다양한 주주·자산운용사와 협업을 노렸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SM엔터 사례의 경우 주주측 안건이 통과되기를 목표하고 진행했지만 시장에서 전자서명 방식의 의결권 위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선례이기도 했다"며 "SM엔터 주주총회가 주주측의 승리로 끝나며 전자위임 방식이 유효하다는 점을 검증하게 됐다"고 했다.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5곳 이상의 자산운용사와 협업할 계획이라고 임 대표는 밝혔다. 주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하우스에서 문의가 집중됐다. 다른 전략을 추구하는 자산운용사에서도 관련 문의가 늘었다고 임 대표는 전했다.
임 대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동주의 전과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문의가 늘었다"며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작동원리는 어떠한지, 법률적인 리스크는 없는지, 또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제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이 주요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주주들에게 접근해 의결권을 모을 수 있는지, 또 결집한 주주들에 대한 캠페인 연속성이 가능한지도 핵심적인 관심사"라고 부연했다.
비사이드코리아는 다음 단계로 주주명부 실시간 확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데이터를 모아 주주명부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임 대표는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금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마이데이터 자격을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주주의 실시간 주식 집계가 가능해지면 사측에 주주명부를 요청하지 않고도 행동주의를 전개하기 편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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