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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고심 끝 택한 RE100…'국내·베트남' 관건 통용되던 녹색요금제 가격부담, '기업 PPA' 법제화 트리거…그룹 ESG 공조 추진

손현지 기자공개 2022-04-26 14:43:56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5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을 성공하려면 한국과 베트남의 인프라·제도적 리스크가 뒷받침 돼야 한다. 두 아시아 지역은 각각 삼성의 반도체와 모바일 메인 생산거점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재생에너지 생산이나 외부조달을 위한 인프라가 유럽 등 국가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재생에너지 단가가 비싸고 활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종류 자체도 한정적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들의 RE100가입 압박 수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선뜻 가입 의사를 표하지 못해던 배경이다.

삼성은 최근 RE100 로드맵 구축에 한창이다. 전력 판매 유통구조 단순화해 발전사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 3자 PPA 제도'도 본격 시행되는 분위기다. 가입시기는 확정짓지 못했지만 향후 새 정부에 비용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메인 생산기지' 한국·베트남…재생에너지 가격 '만만치 않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RE100 가입을 위한 전략 논의에 한창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RE100참여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전해지며 일각에선 신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가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현재 300개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려진 바와 달리 가입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오래전부터 RE100가입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며 "그룹 차원의 ESG공조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RE100가입 계획과 관련해선 정해진게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다.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진 못했더라도 RE100 실행을 위해 어느정도 큰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출처=한전경영연구원(KEMRI) 리포트
그동안 삼성전자가 RE100가입 의지를 선뜻 내비치지 못했던 건 '비용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메인사업 생산기지는 한국(반도체)과 베트남(휴대폰) 두 국가로 양분된다. 중국 시안 등에도 반도체 라인이 분산돼 있지만 상당 물량은 국내에서 소화한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의 최대 스마트폰 제조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출액은 베트남 수출 총액의 25%에 달할 정도다.

문제는 두 곳(한국, 베트남) 모두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상위권 국가에 꼽힌다는 점이다. 공급 단가가 유럽의 1.5~2배에 달한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한국전력이 발전소로부터 구입한 신재생에너지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49.9원이다. 원전(59.69원), 석탄(81.62원), 수력(81.73원), LNG복합(99.25원) 보다 높다. 정부 보조금을 모두 합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사용료가 화석연료보다 훨씬 비싸다는 뜻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정해진다. ESG경영관이 중시되면서 RE100을 실행하려는 기업들은 많아지는데, 막상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턱없이 적은 규모라 가격이 비싸진다. 생산 인프라가 유럽에 비해 '미흡'한 영향도 있다. 한전경영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생산 규모는 전체 전력의 8%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40.5%), 독일(39.9%), 호주(23.8%) 등 유럽 국가나 미국(19.4%)과 비교하면 극 소량이다.

베트남은 단가도 비쌀 뿐 아니라 활용 가능한 재생에너지 종류도 소수로 한정돼 있다. 유럽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용에도 원가부담이 적었던 것과 달리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로선 RE100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던 구조다.

◇'한전이 독점' 하던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직거래 길 열렸다

삼성이 RE100 참여를 선뜻 나서지 못했던 데엔 한국과 베트남 내 전력 조달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주효했다. 국내 전력조달 구조는 한전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구매해 '독점' 판매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한전의 입찰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살 수 밖에 없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에 웃돈을 줘 구입하는 '녹색요금제'로도 불린다. 작년 1차 입찰에선 전체 전력(1만7827GWh)의 7%(1252GWh)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APG 주주서한, APG 홈페이지 캡처
이와 달리 유럽의 경우 기업들이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갖춰져 있다. 즉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소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이른바 '제 3자 PPA' 제도가 안착됐던 것이다.

국내에선 지난달부터 '제 3자 PPA'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현대엘리베이터가 한전의 중개 없이 발전소와 전력 구매 계약을 맺으며 PPA제도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전자도 신재생에너지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소와의 직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최근 RE100선언 준비 움직임이 감지되는 배경으로 짐작된다.

최근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 등 주요 투자자들의 RE100참여 촉구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APG는 지난 2월 삼성전자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8.7%로 애플(0.3%) 등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업 특성상 폐기물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전기 사용량이 많고 미세공정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늘릴 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다양한 개선 노력을 시행하고 있다. 올초 이사회에 청와대 환경비서관 출신 환경전문가인 한화진 이사를 영입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ESG로드맵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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