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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피치마켓 될까]대기업 가로막던 빗장, 풀리는데 '10년'②2013년 중견·대기업 진출 가로 막혀, 지난해 완성차-중고차업계간 상생 논의 '활발'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19 07:53:09

[편집자주]

대표적인 '레몬마켓' 중고차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며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투명한 관리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존 업계와의 상생에도 힘쓰겠단 각오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중고차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살핀다. '시고 맛없는' 시장이 대기업 합류를 발판 삼아 달콤한 '피치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3일 10: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1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5월부터 중고차판매를 본격화한다. 인증중고차 방식이다. 이를 전후해 롯데렌탈이나 SK렌터카 등 렌터카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점쳐진다.

2023년은 중고차시장이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꾸준히 성장한 지 10년째가 되는 해다. 동반성장위는 2013년 중고차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해 중견·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았다.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년 뒤 한번 더 지정해 모두 6년 동안 보호막을 쳐줬다.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정보 비대칭 등 부작용 심화

그 영향으로 중고차업계는 대부분 영세업체다. 튼튼한 울타리 덕분에 굳이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경쟁력 강화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 밖에서 시장 신뢰 회복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구체적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2019년이다. 그해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되자 중고차업계는 곧바로 중소벤처기업부의 문을 두드렸다.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면서다. 시장 개방시 큰 타격이 우려되니 단단히 걸어잠궈 생존권을 지켜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동반성장위는 같은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내며 3년 전과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더이상 규모가 영세하지 않고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이유는 영세성 기준 미부합·소비자 보호

중기부는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그 사이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업체들이 속속 인증중고차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아 법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같은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관심이 많았지만 혹시 모를 역풍을 우려해 섣불리 움직이진 않았다. 대신 향후 필요할 때 꺼내들 상생 카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논의에 속도가 붙은 건 2020년 말이다. 이전까지 물밑 검토만 해오던 현대차그룹이 공식석상에서 시장 진출에 욕심을 드러내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관련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자리에서 기회를 잡았다.

이 자리에서 김동욱 현대차 정책조정팀장(당시 전무)은 혼탁한 중고차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오픈 플랫폼 구축 등 중고차업계의 경쟁력 약화 우려를 상쇄할 상생안도 약속했다. 박영선 당시 중기부 장관은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지원사격을 했다.

작년 6월 출범한 중고자동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완성차-중고차업계간 상생안 도출을 시도했다. <출처:을지로위원회>

이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간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들은 수차례 테이블에 둘러앉아 의견을 나눴고 완성차업계의 단계적 시장 진입과 이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거래 대수에 합의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의견차를 완전히 좁히진 못하며 최종 합의는 무산됐다.

공은 다시 중기부에 넘어갔다. 중기부는 올 1월과 3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를 개최하고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중고차판매 관련 실태조사 결과와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내린 최종 결론이다.

이유는 3년 전 동반위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 서비스업 대비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연평균 매출이 높아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고차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고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소비자 후생 증진 등이 예상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렇게 중고차시장의 진입장벽이 사라졌다.

◇중고차 거래 규모, 신차 2배 이상…새로운 수익 확보처

그렇다면 왜 대기업들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성장성에 주목한다. 수년째 정체된 신차시장과 달리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진출 후 거래 주기가 짧아져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은 30조원 규모 가량으로 추정된다. 올해 연간 400만대 거래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건수는 387만2321건으로 신차(174만3212대) 등록대수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신차 등록대수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하지만 중고차 거래엔 타격이 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외부 환경 변화 등에 덜 취약하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잠시 주춤했다 2020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신차시장은 2015년 이후 다소 정체된 모습이다. 수년째 신규등록 기준 연간 183~184만대 수준에 머무르는 등 크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특히 수입차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국내업체엔 위기감이 들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사업 진출은 새로운 수익 확보 뿐 아니라 시장 내 지위 유지에도 보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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