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07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 변경은 비교적 흔한 일이다. 공식적으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투자 등을 통해 최대주주가 교체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노블엠앤비(옛 디지탈옵틱)도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바뀐 사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 백계승 회장이 노블엠앤비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백계승 회장은 2021년 2월15일 노블엠앤비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이사회 멤버로 선임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다만 백 회장은 그해 11월29일 노블엠앤비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등기이사로 선임된 지 8개월 만이다.

오너 경영인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노블엠앤비는 신속한 의사결정 및 경영안정화 도모 차원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백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노블엠앤비 이사회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백 회장은 노블엠앤비 미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노블엠앤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대주주인 백계승 회장은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블엠앤비의 CEO는 김정은 대표이사다.

코스닥기업에서 이처럼 전문경영인에 힘을 실어주는 '독립 경영'이 보장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우다. 특히나 노블엠앤비는 사명 변경 이전 디지탈옵틱 시절부터 수차례 대주주 변경이 잦았고, 대주주 변경은 경영진 교체로 이어지곤 했다.

디지탈옵틱은 2014년 튜더앤컴퍼니 이후 약 7년 동안 계신국제그룹, 케이피엠인베스트먼트, 에코럭스, 씨앤케이대부(現 데비) 순으로 손바뀜을 겪었다. 직전 최대주주인 데비의 경우 2019년 4월 유증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보유지분은 4.57%에 불과했다.

백 회장이 노블엠앤비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일차적으로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블엠앤비는 광학렌즈 전문기업 디지탈옵틱으로 출발했다. 바이오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매출 기준 여전히 렌즈사업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노블엠앤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06억원을 기록했는데, 렌즈사업부문 매출규모가 171억원으로 83%의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 방증이다.

백 회장은 광학렌즈 사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백 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는 노블바이오는 2008년 설립된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아랍에미리트에 처음으로 개발·제조해 판매하며 이름을 알렸다. 비상장사지만 빠르게 성장을 구가하며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매출액만 15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급작스럽게 외형이 성장하면서 노블엠앤비까지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바이오기업이 광학렌즈 전문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백 회장이 노블엠앤비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지배구조 때문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백 회장은 노블바이오를 통해 노블엠앤비를 인수했다. 2020년 11월 노블엠앤비가 추진한 유상증자에 노블바이오가 참여했다. 약 1년 뒤 백 대표는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노블바이오 주식 일부를 노블엠앤비에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 일부를 활용해 노블엠앤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노블엠앤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련의 거래를 통해 비상장사인 노블바이오 최대주주였던 백 회장은 상장사인 노블엠앤비의 최대주주가 되고, 노블엠앤비 산하에 노블바이오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백 회장이 노블엠앤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때는 이런 지배구조를 완성한 때와 맞물린다. 백 회장이 노블엠앤비 등기이사를 맡은 것은 주식 매각 및 유상증자 등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스킴 및 주요 이사회 안건 의결 등이 마무리되자 백 회장은 노블엠앤비 이사회 멤버에서 빠졌다.

그렇다고 백 회장이 노블엠앤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볼 수는 없다. 백 회장이 노블엠앤비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난해 2월 안태수 노블바이오 경영전략실 부사장도 노블엠앤비 등기이사로 함께 선임됐다. 백 회장은 8개월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안 부사장은 노블바이오 부사장과 노블엠앤비 등기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