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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움직인다]'질적 성장론' 언제까지 유효할까②증설보다 연구개발 집중..."극단적 행보" 지적, 점유율 확보 등 전략 수정 불가피

조은아 기자공개 2022-06-24 07:40:29

[편집자주]

삼성SDI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완성차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했고 5년 만에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그간 소극적 행보 탓에 삼성그룹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큰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봤을 때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이 삼성SDI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경쟁사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양을 강조한 2개사와 달리 기술 경쟁력을 바탕에 둔 '질적 성장'을 강조해왔다. 이같은 기조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삼성그룹의 다른 제조업 계열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왜'라는 의문이 나오는 행보였지만 삼성그룹에선 자연스러운 행보였던 셈이다.

특히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증설에 나서는 대신 차세대 배터리로 통하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겨냥한다고 꾸준히 밝혀왔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본다는 이 전략은 계속 유효할까

◇증설에 무관심 '마이웨이' 언제까지?

배터리 업계는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집약적인 반도체, 바이오와 달리 많은 자본을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무리하다시피 증설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 회사는 기존에 밝힌 생산능력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여러 차례 목표를 상향 조정하며 추가 증설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은 그간 이들의 '무한 증설' 행보에 동참하기보다는 반도체나 바이오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마냥 무시하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삼성SDI 역시 일단 고객과 물량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SDI가 언제든 판을 뒤집을 만한 자본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행보를 봤을 때 마냥 '마이웨이'를 고집할 순 없다는 얘기다.

삼성SDI가 역량을 쏟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이같은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전고체 배터리 역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자동차회사에 공급된다. 고객사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일찌감치 고객사를 다양하게 확보할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배터리회사들이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손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두 회사는 증설 투자와 별개로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늘리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경우 배터리 사업이 그룹의 핵심 사업인 만큼 그룹 오너의 지원 역시 충분히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기는 삼성SDI가 2027년, 나머지 2곳이 2030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전략은 어찌보면 스타트업처럼 극단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삼성SDI가 목표한 대로 경쟁사들보다 3년 먼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다해도 초창기에는 가격이 비싸고 쓰임새 역시 안정이 극도로 요구되는 수직이착륙기 등으로 매우 한정돼 있어 의미있는 점유율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시기까지 기존 시장 확대에 손놓고 있다가는 결국 점유율은 점차 낮아질 수 밖에 없다"라며 "나중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점유율 상위권에 다시 진입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SDI가 외길을 걷는 사이 다른 배터리회사와 완성차회사의 협력 관계는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에 1~3공장을 짓고 있으며 4공장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역시 미국 포드와 미국에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운 데 이어 데 이어 유럽에서도 포드와 손잡았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오른쪽)과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가 합작법인 2021년 10월 열린 MOU 체결 관련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이재용 부회장 '출장 보따리'에 쏠린 시선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SDI 주요 경영진의 유럽 방문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주목받는 건 유럽 자동차회사와의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이다.

삼성SDI의 오랜 고객인 BMW를 비롯해 유럽의 내로라하는 자동차회사들은 아직 배터리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운 곳이 없다. 내부 판단에 따라 아직까지는 공급만 받고 있지만 배터리회사에 전기차 사업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판단에 내부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I와 BMW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삼성SDI는 아직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BMW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재용 부회장도 2012년 삼성전자 사장 재직 시절부터 독일로 종종 날아가 BMW 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양사의 배터리 사업 진전에 공을 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과 유럽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이 아시아의 배터리회사로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을 매우 꺼려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 배터리회사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며 "배터리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배터리회사와 합작법인을 세운다면 한국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고객인 폭스바겐과 BMW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삼성SDI의 고객사별 매출 비중은 폭스바겐이 55% 가량으로 가장 높고 BMW가 30%로 두 번째인 것으로 파악된다.

폭스바겐의 경우 스웨덴의 배터리회사 노스볼트 지분을 확보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BMW 역시 중국 CATL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모양새다. 노스볼트는 아시아 배터리회사에 대응하기 위해 폭스바겐과 EU가 공들여 키우는 유망주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배터리 사업을 언급했다는 건 소기의 성과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대규모 공급 계약이든 증설 계획이든 합작법인 설립이든 발표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가 당분간 벌여놓은 일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만큼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고 헝가리 괴드동장 증설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가 결정돼도 자금 조달 선택지가 많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2조~3조원 수준의 현금이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고 있는 데다 신용도가 높고 활용 가치가 높은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간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최대주주 삼성전자의 지원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 19.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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