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시그넷, 자회사 시그넷에너지 '유증자합병' 이유는 합병과정서 자사주 대거 발행, 스톡옵션으로 활용 포석?
김혜란 기자공개 2022-07-01 13:08:41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9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시그넷이 100% 자회사 시그넷에너지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유증자합병으로 진행해 눈길을 끈다. 유증자합병은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신주를 배정하기 때문에 자사주가 늘어나게 된다.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시그넷은 자회사 시그넷에너지를 유증자합병 방식으로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시그넷에너지에 신주(보통주 9만1218주)를 배정해 흡수합병한 뒤 발행된 신주를 SK시그넷 자사주로 편입하는 구조다.
◇독특한 합병구조 왜?
이는 일반적인 흡수합병과는 조금 다르다. 100% 자회사를 합병할 땐, 증자 없이 기존 모기업의 종속기업 투자주식과 종속기업의 자본을 상계하며 자산과 부채만 가져오는 게 통상적이다.
SK가 활용한 유증자합병이란 자회사를 합병하면서 자회사 주식을 평가해 합병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합병신주는 회사가 발행한 것으로 합병 후 자사주가 늘어나기 때문에 증자하는 효과가 있다.
시그넷에너지의 총 주식수는 3400주, 합병비율은 1:26.8288445다. 모회사 주식 1주당 시그넷에너지 주식 약 26주를 주는 것으로 합병신주는 9만1218주다. 즉 시그넷에너지의 주식 3400주를 합병신주 9만1218주로 바꾼다는 의미다.
SK시그넷은 전기자동차 충전기 제조업체로 SK그룹이 지난해 시그넷EV를 인수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시그넷에너지는 국책과제 수행, 제주지역 CS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SK시그넷 측은 합병 이유에 대해 "합병으로 경영관리를 보다 효율화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에 쓸까? 투자금 확보할까?
눈에 띄는 것은 SK시그넷이 합병과 함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공시도 같이 냈다는 점이다. 스톡옵션 부여대상은 임직원 46명과 관계회사 임직원 8명이다.
유증자합병과 연이어 공시된 스톡옵션 내용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합병과정에서 자사주를 끌어모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대기업이 잇달아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면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인재 이탈 방지를 위해 스톡옵션 카드가 필요했는데 유증자합병 과정에서 얻은 자사주를 활용한다면, 자회사 합병과 주식 배분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SK시그넷이 택한 스톡옵션이 주식을 살 권리를 주는 형태인지,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발생한 차익을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보상하는 차액보상형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주식교부형의 경우 자사주가 스톡옵션으로 나가게 되나 차액보상형으로 했을 땐 자사주를 직접 활용할 필요가 없다. 차액보상형으로 정하고, 자사주는 추후 시장에서 처분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다. 코넥스 상장사라 자사주 처분도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과 스톡옵션 공시가 나란히 나왔단 점을 감안하면 합병과정에서 자사주를 확보해 스톡옵션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다만 자사주를 시장에 팔아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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