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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기생시대 종언]신용공여 '거품' 빠진다...쏠쏠한 재미 미래·삼성 '휘청'①25조까지 늘었던 신용융자 잔고 빠르게 축소…증권사 이자수익도 급감할 듯

최윤신 기자공개 2022-07-04 13:02:25

[편집자주]

빚투 열풍이 꺼지며 급팽창했던 증권사 신용공여 잔고가 급격히 줄어든다. 증권사 비즈니스 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신용공여 사업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간 증권사별 신용공여 비즈니스 지형도 변화와 향후 전망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9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거둔 ‘역대급’ 실적에는 신용공여에 따른 이자 수익이 한몫했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열풍이 불며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공여 이용이 늘었고, 증권사에겐 큰 이자 수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빚투의 환상은 잠시 뿐. 금리인상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마르자 주가는 빠르게 내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잔고도 급감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신용융자 규모가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분야 실적 악화와 신용융자 이자수익 급감이 맞물리며 올해 심각한 실적 악화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한다. 신용공여 규모가 큰 미래에셋증권과 신용융자를 통한 이자수익을 크게 늘린 삼성증권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신용공여 부동 1위 미래에셋, 신용융자 가파르게 늘린 삼성증권

국내 30개 증권사가 지난해 신용공여 업무를 통해 거둬들인 이자 수익은 2조7211억원으로 전년(1조7932억원)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났다.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식 거래를 위해 빚을 지는 것으로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 예탁증권담보대출(주담대), 신용거래대주 등을 포함한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걸어두고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거래이며, 주담대는 투자자의 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신용거래 대주는 고객의 매도 주식을 대여하는 것으로 주로 공매도에 활용된다.


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익이 가장 많은 건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은 2020년 신용공여이자로 2739억원을 벌었는데, 지난해에는 442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미래에셋은 자기자본이 커 가장 많은 신용공여 북을 운영한다. 미래에셋의 신용공여 잔액은 2020년 말 6조2996억원에서 2021년 말 6조9630억원으로 늘었다.

신용공여 잔액의 증가 비율보다 이자 수익이 커진 건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융자’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3조7624억원으로 전년 말(3조3771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2021년 하반기엔 대부분 4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는 미래에셋만의 일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며 신용공여 잔고 변화는 신용융자 잔고에 집중됐다. 신용융자를 통한 주식 매수가 쉽고 빠르다보니 신용공여 증가세는 신용거래융자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잔고는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8~10조원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2020년 3월 증시가 폭락하며 6조원 규모로 떨어졌고, 이후 급증했다. 2020년 말 19조원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한 때 25조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예탁증권담보대출 잔고는 18조~20조원 수준에서 등락했다.

신용융자에만 국한해서 보면 삼성증권의 이자수익 증가세가 돋보인다. 지난해 신용융자 이자수익은 2803억원으로 전년(1516억원)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신용융자 이자수익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보다 많다.

삼성증권의 신용공여 잔고는 2020년 말 4조653억원 수준이었는데, 2021년 말 4조4133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는 2조8279억원에서 3조1782억원으로 늘어 대부분의 잔고가 신용융자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이자수익이 늘어난 건 비단 미래에셋과 삼성증권만의 일은 아니다. 신용융자를 제공하는 28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2020년 9970억원에서 2021년엔 1조8095억원으로 약 두 배 급증했다.

◇ 신용융자 잔고 급감 “코로나19 이전 수준 간다”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 23조원에 달했는데, 이달 16일 20조원대로 떨어졌고, 21일엔 19조원대를 기록했다. 이어 24일엔 처음으로 18조원대까지 떨어졌다. 2020년 12월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며 주가가 떨어진 영향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로 잔고가 줄어든다. 특히 신용융자의 경우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비율이 기준(통상 140%)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된다.


신용융자 잔고가 본격 감소하기 시작하며 증권사들의 이익 규모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1분기부터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순이자손익은 전년대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은 올 1분기 신용공여 이자수익이 전년대비 늘었지만 순이자손익은 각각 24%, 8% 줄었다.

신용융자 잔고는 앞으로 더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8조~10조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단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준금리와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간 역의 관계가 뚜렷하다”며 “현재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이지만 신용잔고 비율은 당시에 비해 높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깜짝 조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증권사들 상당수가 브로커리지 부문의 호조 뿐 아니라 신용공여 부문의 이자수익 증대에 기댔다”며 “올해 예상되는 실적 하락에서도 신용공여 이자수익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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