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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기생시대 종언]자취감춘 동학개미, 당국도 못잡은 ‘배짱금리’ 막 내릴까②'리스크 적지만 비싼 이자 받는다' 지적...수요 줄면 증권사 금리인하 경쟁 불가피

최윤신 기자공개 2022-07-07 07:25:52

[편집자주]

빚투 열풍이 꺼지며 급팽창했던 증권사 신용공여 잔고가 급격히 줄어든다. 증권사 비즈니스 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신용공여 사업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간 증권사별 신용공여 비즈니스 지형도 변화와 향후 전망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빚투 열풍’이 분 지난 2년간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 이자로 쏠쏠한 소득을 올렸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리스크 대비 지나친 고금리를 받는다’는 눈총이 이어졌지만 금리 인하엔 소극적이었다. 금융당국이 나서 문제를 지적하자 다소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비대면 계좌에 금리를 더 붙이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당국도 막지 못한 증권사들의 ‘배짱금리’가 고금리 시대 신용융자 잔고 축소로 인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본다. 신용융자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합리적인 금리 수준을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 당국 금리체계 손질했지만 효과는 의문

지난 2년의 신용융자 초호황기에 증권사들은 리스크 대비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책정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대매매(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등 안전장치로 인해 손실의 위험이 크지 않음에도 과도한 이자를 매긴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업계에선 증권사의 신용융자는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주식과 신용융자를 통해 사들이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한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면 추가적인 담보를 요구하거나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상장폐지 등의 이슈가 아니라면 대주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안전한 방식으로 신용융자를 운용하면서도 높은 금리를 유지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0%까지 떨어져 이듬해 7월까지 1년이 넘게 유지됐는데, 이 기간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금리를 최대 9%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신용융자에서만 2조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높은 금리 때문이었다.

이자율에 대한 견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신용융자 잔고가 급격히 늘어나던 지난 2020년 8월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사실상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신용융자금리를 낮추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당국의 메시지가 나온 뒤 시장엔 신용융자 금리를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삼성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2020년 9월~11월 사이 금리 최고치를 50bp~100bp까지 낮췄다.

금융당국은 같은해 10월에는 모범규준을 바꿔 ‘투명화’에 나섰다. 기존 신용융자 금리는 ‘조달금리+가산금리’에 차주의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가감조정금리를 더해 산정됐다. 이 중 조달금리는 증권사가 자체적인 방식으로 산출해왔는데, 이를 기업어음(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epo) 금리 등의 ‘기준금리’로 바꿔 매월 재산정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가산금리는 리스크프리미엄과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 비용,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매월 재산정하도록 했다. 대출 기준금리 및 가산금리가 구분 표시된 대출 설명서를 차주에게 제공하도록 해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도 취했다.

이런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조달금리를 기준금리로 바꾼 조치는 금리 변동을 반영하는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조치 이후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지금까지는 금리 인상의 명분으로만 쓰여왔다”며 “가산금리는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다보니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비대면 계좌에 금리 더 받기 ‘꼼수’도

투자자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꼼수를 통해 일부 고객들로부터만 높은 금리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실제 일부 증권사들은 비대면 계좌와, 은행연계 계좌, 영업점 계좌를 구분해 신용융자금리를 다르게 산정하고 있다.삼성증권은 지점·은행 연계 개설 고객 대비 비대면 고객에게 60bp나 더 높은 금리를 받고 있다. 한국증권은 은행연계 계좌인 뱅키스계좌에 15일 이내 10bp, 30일 이내 110bp, 30일 초과 150bp 높은 금리를 받는다.


하나증권(옛 하나금융투자)은 은행연계계좌와 비대면계좌에 대해 영업점 계좌 대비 100bp 높은 금리를 받는다. 미래에셋은 91일 이후 금리는 영업점계좌와 비대면 계좌가 동일하지만 1일~90사이 금리에 영업점과 비대면 계좌의 차등을 두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비대면계좌 이용고객이 이른바 ‘단타’ 투자 경향성 신용융자를 쓰는 비율도 높다”며 “금융투자협회에는 영업점 계좌를 기준으로 금리를 공시하기 때문에 외부에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잔고 축소에 경쟁 본격화 할까

증권업계 일각에선 당국의 개입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증권사의 신용융자 ‘배짱금리’가 신용융자잔고 감소로 인해 종언을 맞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년간 신용융자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건 한정된 신용융자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았기 때문인데, 수요가 줄어들면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대규모로 확충했기 때문에 신용융자 고객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는 신용융자를 포함한 신용공여를 자기자본 만큼의 한도만 운영할 수 있다. 2019년까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한도의 60~70% 수준으로 신용공여를 운영해왔는데, 자본금이 커지며 이 한도가 늘어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연 10%에 달하는 금리를 지급하면서도 신용융자를 받았던 건 주식 투자를 통한 기대수익률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라며 “주식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선 레버리지를 활용하려는 투자자들도 금리 등을 꼼꼼하게 따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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