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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를 다시보다]JB금융-삼양사, '불가근불가원' 이어온 반백년 지분관계⑤전북은행 설립 시절부터 대주주 지위…경영참여 없이 우호 관계

한희연 기자공개 2022-07-08 07:05:14

[편집자주]

잊을만 하면 다시 제기되던 금산분리 완화 이슈가 재점화됐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부터 이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강행의지가 남다르다. 급진적이진 않지만 단계적으로 제도 완화를 꾀할 방침이다. 금산분리 완화 현실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현재, 과거 금융과 산업의 융합 시도 사례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이야 금융과 비금융 기업간 장벽이 높이 세워져 이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기업들에게 은행 설립을 장려하던 시절이 우리나라에도 한때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다.

1960년대 박 대통령은 '1도 1은행' 원칙을 발표하며 지방은행 설립을 독려했다. 이에 각 도에서 지역 대표 기업들이 출자해 지방은행을 설립했다. 전라북도에서는 당시 거부들과 지역 기반 기업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전북은행을 만들었다.

삼양사는 김연수 창업주가 설립했다. 그는 형인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 씨와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경성방직, 삼양사 등을 창립해 회사를 일궈 왔다. 지역의 대표 기업이었던 삼양사는 전북은행 설립에 참여한 곳 중 하나였다.

삼양사를 비롯해 쌍방울, 대한교과서, 호남식품 등 전북의 대표 기업들의 출자로 1969년 12월 전북은행이 만들어졌다. 이후 쌍방울, 라인개발 등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지역 기반 은행의 탄탄한 주주구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1997년 IMF 사태를 거치며 주요 주주 대부분의 지위도 흔들렸다. 부도가 나거나 부실화되는 과정에서 전북은행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며 주주명부에도 부침이 심했다. 초창기 설립기업들 대부분이 주주명단에서 사라졌으나 삼양사는 흔들림없이 대주주의 지위를 이어나갔다.

지분을 유지하는데 더해 우호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은행 투자자구성 전반의 안정성을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한국상호저축은행의 투자 유치다. 당시 한국상호저축은행은 전북은행 지분 7.6%를 확보하며 2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이두영 한국상호저축은행 대표와 박종헌 삼양사 사장의 친분이 기반이 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에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회사 등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이는 자금을 확보하고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2007년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는 유상증자를 통해 전북은행의 주주가 됐다.

2013년7월 전북은행의 지주사전환을 통해 JB금융지주가 설립된다. 이후 광주은행 등을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 PE)를 2대 주주로 맞이하게 된다. 당시 JB금융은 자본확충 니즈가 컸는데 이를 앵커 PE가 해갈해 줬다. 앵커 PE는 네트워크가 있던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아시아얼터너티브 등 해외 투자기관과 함께 JB금융에 공동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앵커 PE는 안상균 대표가 세운 회사다. 그는 이전 골드만삭스 시절부터 금융업 투자에 관심을 갖고 다수의 은행 투자를 해온 경험을 갖고 있었다. 체질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JB금융의 성장성에 베팅에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안 대표는 삼양그룹과 혼맥관계인 경방 오너 일가에 속해 있다. 따라서 그동안 2대주주인 앵커 PE는 삼양사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돼 왔다.

올해 앵커 PE는 보유지분을 얼라인파트너스에 넘겼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앵커 PE와 나머지 2곳의 해외 투자기관의 지분을 매입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PE 손바뀜이 일어난 셈이지만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삼양사와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금산분리 기준에 해당하는 '은행법 제16조의 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지방은행의 주식을 15%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삼양그룹은 15% 이하의 지분율을 유지하며 대주주의 위치를 점하고 있어 법적요건을 충족한다. 설립때부터 지주사 전환을 거쳐 지금까지 최대주주 지위에 있으나 삼양그룹은 JB금융과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켜 왔다.

전북은행 경영이 한창 어려웠던 시기 2010년 김한 은행장(이후 회장)이 취임한다. 김한 회장은 삼양사 오너일가다. 그는 전북은행장 취임 이후 수도권 영업확대 등을 통해 빠른 자산성장을 이뤄냈다. 2013년 JB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더커자산운용 인수와 광주은행 인수,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 인수 등으로 JB금융을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워내는 데 일조했다.

오너일가의 일원이었으나 9년여간 CEO를 역임하는 동안 그의 성과는 철저히 삼양사와는 선이 그어졌다. 김한 회장은 IB업계 출신의 경력을 살려 소신대로 JB금융을 경영했다. 실제로 그의 재임기간 동안 삼양사간 금융거래는 없었다고 알려졌다. 또 광주은행 인수 등 김한 회장에 주도해 추진했던 일에 삼양그룹은 이사회에서 반대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김한 회장 용퇴 후 2019년 김기홍 최장 체제에 들어섰지만 삼양사는 여전히 14%대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최대주주인 만큼 이사회 1석의 참여권을 갖고 있으나 이를 넘어서는 경영참여는 없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지만 최대주주의 지위만 몇십년째 지켜온 셈이다. 최근 금산분리 완화 추진이 현실화되더라도 이같은 원칙이 지켜질지, 본격적으로 기조를 바꿀지 삼양그룹의 선택은 제도 완화 이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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