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15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지난주 5개 부서의 명칭을 바꾸는 직제개편을 단행했는데 이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뉴딜’과 ‘녹색’을 부서 이름에서 뺐다.이동걸 회장 재직 시절 결정한 사항들에 대해선 재검토를 하고 있다. 특히 전 정부 시절 정책에 대해선 잘못된 것이란 결론을 갖고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직원은 A기업 구조조정 관련 보고서를 보고하는 데 강석훈 회장은 전 정부 시절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더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과거 내린 판단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결정된 것인지 설명하려 해도 잘 듣지 않으려 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은행에 근무하는 임직원으로서 상관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했을 뿐인데 특정 정당에 치우쳐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 사람인 것처럼 평가한다는 얘기도 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의 핵심 기관이다. 조선업, 중공업, 항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HMM, 두산그룹 등 산업은행을 거쳐 정상화에 들어간 기업들 이름만 나열해도 수두룩하다.
지금 산업은행이 다뤄야 하는 산적한 일도 많다. 수천억, 수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KDB생명 재매각 등 굵직한 기업구조조정 현안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정권에 따라, 회장에 따라 정책 방향은 달라질 순 있다. 국책 은행인만큼 정부의 지침 대로 움직이는 것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지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가 너무 크다. 전임 회장 시절 진행하던 일을 모두 원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치러야 할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전임자 결정이더라도 살펴보면 존중할 부분이 분명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 통화긴축 등으로 대내외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 지금 산업은행에 필요한 것은 '삐뚤게 보기'가 아닌 '다르게 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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