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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업종과 만난 건설사들]신영그룹의 터닝포인트, '방직기업' 대농농산물에서 주택개발로 업력 확장, 매출 3000억대 회사 성장

신준혁 기자공개 2022-07-22 07:50:25

[편집자주]

벤처투자, 2차전지, 스마트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회사로 확보해둔 사업 포트폴리오다. 건설사들이 이전에는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힘들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신영역으로 진출해 미래 생존능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다. 더벨이 이색업종으로 볼 수 있는 건설사 자회사들의 특징과 사업전략을 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농은 67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1세대 방직기업이다. 한때 섬유와 백화점, 레저, 건설, 해운업을 거느린 국내 대표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직공장을 설립하고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에 오른 역사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신영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기업 중 한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농이 사업 다각화 여파로 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이를 인수한 곳이 바로 디벨로퍼 1세대 신영이다. 대농은 신영으로 인수된 뒤 본업인 방직사업을 넘어 주택개발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격변의 역사' 대농, 신영그룹 계열사로 제2의 도약

대농의 모태는 1955년 창업주 고 박용학 명예회장이 설립한 농산물 업체 '대한농산'이다. 대농은 청주 흥덕구 복대동 대농지구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섬유공장(49만9757㎡)을 보유할 만큼 사세를 키웠다.

박 명예회장은 1946년 대한계기제작소를 설립 후 사업 기반을 다져 무역업, 비료사업, 제분업, 창고업 등에 진출했다. 1969년 미도파 백화점을 인수해 대농그룹의 근간을 형성했고 1973년 대한농산, 한일제분 등 방직회사를 통합해 대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8년에는 대성건설을 인수해 건설업에 진출했고 청량리 가고파 백화점을 사들였다. 1985년 이후 멜란꼴과 텐셀 등 의류 특화상품과 염색·의류 등 다운스트림 분야에 진출했고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 미국 뉴욕과 중국 청도, 스위스 등 지사를 세웠다. 1989년에는 코리아헤럴드를 인수하면서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신규사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1997년 그룹의 지배회사인 미도파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에 오르면서 대규모 자금 유출을 떠안았다. 동시에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다수의 계열사들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 받았고 끝내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때 대농의 재건을 도운 기업이 현재의 신영그룹이다. 신영은 산은캐피탈과 손잡고 KDBC3호기업구조조정조합을 설립해 대농을 인수했다. 인수에 들어간 자금은 330억원이다.

경영권을 쥔 신영은 대농의 부지를 활용해 주거시설과 함께 상업·사무·교육·문화기능을 갖춘 복합도시 개발에 나섰다. 청주부지를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용도개발(MXD) 사업지로 변모시켰다.

1차 공급 당시 고분양가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등 주변 상권이 조성되면서 2·3차 모두 성공적으로 분양됐고 1차에서 발생했던 미분양 물량도 급격하게 줄었다.
<청주 지웰시티 1~3차. 사진=신영>
◇신영-대농, 인수합병 후 '윈윈' 효과

대농은 신영 편입 후 그룹이 한 단계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초 신영이 부지 개발만을 염두에 두고 인수한 기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룹 내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대농의 별도기준 매출은 2017년 3776억원에서 코로나 이후 2337억원까지 감소했지만 지난해 3714억원을 기록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1분기 매출은 8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8~2019년 100억원 아래로 하락한 시기를 제외하면 200억~3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 영향을 받는 신영그룹 입장에선 안정적이고 든든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셈이다.

주력 사업인 원단사업부문은 일찍부터 미국시장을 겨냥해 월마트와 타겟을 거래처로 삼았다. 이밖에 아베크롬비&피치, 자라, H&M 등 백화점과 JC페니와 망고, 바나나리퍼블릭 등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주요 바이어로 두고 있다.

의류사업부문은 의류 완제품을 생산해 미주와 일본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에서 고용한 직원만 4000여명에 이른다. 미국 월마트, 샘스클럽과 챔피언 브랜드 등이 주요 바이어다.

신영은 이를 의식한 듯 대농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영은 최근 78억5700만원을 들여 대농 지분 4.41%를 추가로 매입하며 보유지분을 92.38%까지 늘렸다. 신영의 공익법인 자산문화재단도 지분 2.6%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대농 경영권도 신영 측 인사들이 완전히 쥐고 있다. 정춘보 신영그룹 회장은 대농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대표이사는 재경본부를 이끌었던 최광철 CEO가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최 대표는 2003년 신영에 합류했다. 재무라인에서 활동한 그는 신영에 합류한 이후에도 재무 관련 업무를 맡아 대농의 경영정상화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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