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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IPO]좌초된 IPO, 신사업 추진 동력은'정유업 호황' 투자재원 마련 자신감, 영업활동 현금 창출 최우선

김위수 기자공개 2022-07-25 14:08:41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1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 철회를 결정한 이유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IPO를 하지 않고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IPO로 조달한 자금 중 상당액을 신사업에 투자해 정유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21일 그동안 추진해 온 IPO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가 1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가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IPO로 끌어모은 자금은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을 육성해 정유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45%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중장기 성장전략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국제정세에 민감해 변동성이 큰 정유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탄소중립 시대에도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아직까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오일뱅크의 매출은 전체의 80% 이상으로 정유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발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화학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했고 가동이 되면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한다"며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과 더해 신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만으로도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투자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 투자분야는 블루수소·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 소재 등이다. 이 중 친환경 화학소재에 해당하는 굵직한 투자를 마쳤다. 2조7000억원을 투입한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Heavy-feed Petrochemical Complex)은 현재 석유화학 시황을 보며 가동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루수소·화이트바이오에 대한 투자만 남아있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신사업에 대해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밝힌 적이 없다. IPO로 조달할 2조원 안팎이 투입될 것이라는게 시장의 관측이었다. 이는 다른 기업의 투자동향과 비교해봐도 타당한 수치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하고 수소충전소 구축, 연료전지발전 사업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에 탄소포집(CCU) 기술을 적용하면 블루수소가 된다. 목표하는 생산량이 작고 원료 확보 등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어 1년에 1조원 이상을 수소사업에 투입하는 다른 기업들보다 투자비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화이트바이오 사업은 수소보다 적은 투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포트폴리오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른 기업들의 투자 동향을 참고할 수 있다. 앞서 LG그룹은 바이오 소재를 비롯해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탄소 저감 기술 등 클린테크 분야에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바이오 및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에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오일뱅크의 '믿을 구석'은 호황을 맞은 정유업이다. 올해들어 정유사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 정유업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던 2017년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한 해 동안 1조137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 기간 현대오일뱅크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7902억원에 달했다.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만 따져도 7045억원이었을 정도로 올 상반기 정유업황이 좋았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2017년 당시보다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상업가동을 앞둔 HPC도 현대오일뱅크의 현금창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HPC 1년에 폴리에틸렌(PE) 85만톤, 폴리프로필렌(PP) 5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석유화학 설비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업이 불황으로 진입할 경우 원가 경제성 확보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정유업의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HPC 가동이 시작될 경우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석유화학 시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HPC 가동을 미루고 있다.

사업으로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도 외부차입 및 모회사 지원 등의 카드가 남아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마다 수요예측 단계부터 흥행해왔다. 탄탄한 사업구조가 밑받침됐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현대오일뱅크 회사채 등급은 AA-(안정적), 기업어음 등급은 A1이다.

또 현대오일뱅크의 수소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 수소 밸류체인 차원에서도 핵심인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회사 HD현대의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이 7조5681억원에 달한다. HD현대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73.85%를 활용해 추가적인 투자 유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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