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우위 서울 오피스 시장, 공실이 없다" [부동산 운용역과의 수다]①3대 권역 구분 무의미…금융시장 불안 속 견조한 수요
이정완 기자공개 2022-07-29 07:18:47
[편집자주]
지난해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사상 최대 거래규모를 기록하며 호황세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을 비롯해 직접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원자재가 상승 문제도 겹쳤다. 불확실성이 커진 2022년 부동산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관련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운용사 임원들과의 모임에서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재택근무 탓에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피스 시장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 그러나 시장 움직임은 정확히 반대로 흘렀다. 시간이 지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서울 오피스 부동산 투자 열기는 뜨겁다. 재택 문화 정착으로 공실률 몸살을 앓고 있는 해외 오피스 시장과 다른 행보다.원인은 간단해 보인다. 서울 3대 권역 진입을 노리는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고 있다. 오피스 시장 동향은 당분간 호시절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다. 금리 인상과 대내외적 경기 불안 같은 외생변수로 인한 가격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가격 유지가 전망된다. 이는 국내 부동산 시장 중심에서 뛰고 있는 운용역들이 바라본 시선이다.
국내 주요 지역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고 전망을 들어보기 위해 더벨이 만든 이번 자리에는 권혁진 베스타스자산운용 상무, 김병직 신한리츠운용 상무,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상무, 이철민 케이리츠투자운용 전무(가나다순)가 참여했다.
이들은 우선 서울 시내 오피스 공실률에 주목했다. 박경배 상무는 "서울 시내에 대형면적 공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은 물론이고 도심권역(CBD)도 전용면적 1000평 이상 임대가 가능한 오피스가 2~3개뿐이다"고 말했다. 주요 권역 모두 공실률이 대폭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존스랑라살(JLL)코리아가 발행한 '2022년 2분기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서울 A급 오피스 공실률은 3.9%로 2009년 3분기 말 3.3%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GBD의 경우 IT기업을 중심으로 입주 수요가 몰렸다. 지난 6월 중 3.3㎡당 4752만원에 거래되며 평당 최고가를 경신한 강남역 인근 에이플러스에셋타워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투자에 참여해 사옥으로 쓰기로 했다.
박경배 상무는 "오피스 권역별로 임차인 풀에 차이가 있는데 최근 2~3년 동안 IT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GBD 오피스 수요에 영향을 줬다"며 "CBD 이외 권역에서 오피스 공급 부족, 임대료 급등으로 인해 올해 들어선 CBD로 권역 이동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 오피스 시장을 3대 권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두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건물을 임차하는 기업이 채용 시장에서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신축 오피스에 대한 임차 수요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권혁진 상무는 "요즘 MZ세대는 기업을 선택할 때 업무 환경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사람을 뽑는 기업 입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신축 오피스 입주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임대료가 상승 추세다. 이철민 전무는 "올해 오피스 임대료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금까지 명목임대료(Face Rent)와 실질임대료(Effective Rent) 사이에 차이(Gap)이 있었는데 렌트 프리(Rent Free)가 대폭 줄어들면서 둘 사이의 간극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오피스 임대료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에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며 "서울 3대 권역에 임차해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임대료를 높여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탄탄한 임차 수요는 금리 인상과 같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속에도 오피스 거래를 지속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박경배 상무는 "최근 거래되는 오피스의 캡레이트(Cap Rate)가 3~3.5% 수준인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역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함에도 투자가 이어지는 것은 급격한 경기 후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견고한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피스와 다른 자산을 비교했을 때 갖는 매력도 투자를 지속하게 만드는 요소다. 권혁진 상무는 "코로나19 및 전염병 등 외부 환경 변수에 민감한 호텔이나 리테일 상품은 최근 다소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며 "안정적인 임대차 계약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수익을 내는 오피스는 타 섹터와 비교 시 변동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모임에 참석한 4명 모두 장기적 관점에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피스 공급 부족과 임대료 상승처럼 가격을 견인한 요인도 있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국면의 가속화, IT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조정 같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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