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KAI]끝내지 못한 '성별 다양화' 숙제, 여전히 물색중②자본시장법 개정안 5일 시행, 여성 이사 선임 '발등의 불'
유수진 기자공개 2022-08-12 07:51:18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9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분야가 각기 다른 다섯이 모였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다.5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며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꾸리는 것이 금지됐다. 2년 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KAI는 아직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현행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적절한 후보를 물색 중이지만 언제 선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KAI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4명을 선임했다. 기존 사외이사들(4명)의 임기가 만료된데 따른 것이다. 3명은 신규 선임, 1명은 재선임이었다. 원윤희 이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방식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렇게 안현호 대표이사(사장)와 원윤희·김광기·조진수·박춘섭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완성됐다.
당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여성 이사 선임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개정안 시행 전 마지막 주총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로 후보 풀이 바닥나 구인난을 겪는 기업이 많았다. 각 분야별 여성 전문가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제165조의20)'은 2년의 유예기간을 갖고 이달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말라던 '권고'가 '강제'로 바뀌었다. 다양성 제고 차원이다. 기업의 등기임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여성 이사를 추가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다. 그래도 재계에서는 시기의 문제일 뿐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따를 것으로 본다. ESG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와 맞물려서다.
실제로 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기업들이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법 적용대상 167개 기업 중 136개사(81%)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주총에서 72개사가 78명의 여성을 후보로 올려 전원 선임했다. 선임안이 올라온 여성 후보수가 작년(52건)보다 50% 많았다.
KAI는 올해 4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했지만 그 중 여성은 없었다.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법이 시행된 셈이다. KAI 측은 방산업계 특성상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KAI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를 찾고 있지만 분야가 특이하다보니 여성 전문가를 모시기가 쉽지 않다"며 "다른 업체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AI는 남성 직원의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올 3월 말 기준 남성은 4654명(93.08%), 여성은 346명(6.92%)이다. 공시상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 전인 2002년엔 남성 3130명(95.72%), 여성 140명(4.28%)이었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며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남성이 절대 다수다.
심지어 현재 상근임원 35명 가운데 여성은 전무하다. 외부 인재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여성 사내이사 선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연히 회사 밖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지만 아직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단순히 '여성'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뽑으려다 보니 후보 선택에 애를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 직원이 많은 기계와 방산, 중공업 등 중후장대 기업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두산밥캣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에너빌리티 등도 아직 이사회 성별 다양화 숙제를 끝내지 못했다.
다만 방산업을 하는 현대로템과 한화시스템은 올 3월 주총에서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현대로템은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를 선택했다. 상명대 국방예비전력연구소 소장과 평택대 남북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주한미국 연구센터 전문위원 등을 역임해 국방과 안보 관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한화시스템은 빅데이터와 딥러닝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황형주 포스텍 수학과 석좌교수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KAI는 다음달 5일 임시 주총 일정을 잡아둔 상태다.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목적이지만 남은 기간 적절한 후보를 찾으면 함께 선임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KAI 관계자는 "그때까지 후보를 찾으면 좋겠지만 확언은 어렵다"며 "여성 인력 풀이 넓지 않아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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