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1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임원의 능력 부족으로 검토할 반기보고서 자체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감사를 시작도 못 하고 '거절'을 받은 경우는 회계업계에서도 처음이라고 합니다."아시아종묘가 최근 회계 재감사 이슈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멀쩡하던 회사가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주가가 하락했고 회사와 주주들도 당황했다. 아시아종묘는 자체 '건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임원의 '실수'임을 강조하며 상황을 수습했다.
사건 내막은 이렇다. 몇 년 전 CFO를 선임해 회계 및 자금 관리 등의 안살림을 맡겼다. 대표이사가 종자 연구개발과 해외영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CFO에 대한 잡음이 흘러나왔다. 실무 직원들이 CFO의 역량 부족을 이유로 하나 둘 회사를 떠났지만 권한을 위임한 만큼 대표이사는 크게 개입하지는 않았다.
결국 신입사원과 CFO만 조직에 남았다. 반기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실무자가 '아예' 없었다. CFO는 상황을 미리 보고하지도 않았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당일에야 대표이사도 상황을 인지했다. 등기임원으로 임명해 그에 걸맞는 임금을 지급해온 회사 입장에서 '사기를 당했다'라고 표현할 만큼 억울해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내부통제 실패를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아닌 '임원 실수'만 강조하는 대응 방식은 좀 의아스러웠다.
4년 여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은 '옐로모바일'건이 스친다. 감사 보고서를 갖추지 못한 원인으로 회계 인력 문제를 내세운 점이 비슷했다. 업력 20년을 바라보는 매출 200억원 규모 코스닥 상장사의 초기 대응 방식이 성장통을 겪는 스타트업과 비슷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상황 수습 실력은 달랐다. 회계 재감사를 위해 수천만원을 투입했고 관리종목 지정에 따라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한 전환사채도 긴급하게 정리하며 수십억원의 현금이 깨졌다. 두 달 만에 관리종목 이슈를 해소시켰지만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시아종묘는 국내 종자 기업 중 가장 많은 비용을 R&D에 투자하는 곳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해외 영업망을 확보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었지만 뒷선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해 그동안의 노력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수업료를 지불한 이번 사태를 통해 내실을 다지며 외형에 걸맞은 조직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진부하지만 비가 온 뒤에 땅은 더 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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