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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제학 2.0]리스트 오른 이재용 부회장, '복권'이 중요한 이유①취업제한 풀려야 등기이사·회장 등 책임경영 가능, 경영시스템 개선도 필요

원충희 기자공개 2022-08-12 10:53:31

[편집자주]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정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이슈는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사면복권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1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기업인에 대한 사면여부를 가리는 공식 심사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등 주요 기업인이 광복절 특사 대상자에 포함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해 사면복권 리스트에 들지 못했던 이 부회장은 정권 교체 이후 형기를 이미 마친 상태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형기가 종료된 터라 사면보다 복권이 더 중요하다.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취업제한이 풀려야 등기이사 선임 및 회장 취임 등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 체제가 명확히 들어서 삼성이 다시 그룹 색깔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그간 삼성은 2017년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오너의 사법리스크로 각자도생 경영체제가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어렵고 큰 투자 건에 대해선 소극적인 기류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년째 부회장' 삼성의 비정상적 경영상황 대변

2020년 10월 고(故)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후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가능성이 점쳐졌다. 고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회장 직함을 물려받는데 걸림돌은 없었다.

현대차, LG, SK 등은 4대 그룹은 이미 3~4세들이 회장직을 계승해 활동하고 있어 이 부회장도 상징적인 격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고 이 회장 역시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 타계 20여일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이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갖지 않은 것은 삼성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그는 거의 10년째 부회장 직책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국정농단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책임경영을 위해서 등기임원직에는 다시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고 이 회장 와병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으며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2019년 10월 임기종료로 물러났다.

당시 국정농단 재판에 휘말리면서 세간의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연임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부회장 직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문제는 지난해 1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에 처해지자 회장 취임 및 등기이사 컴백이 막혔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뇌물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횡령 등이다. 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형기가 끝나도 5년간 취업제한이 적용된다. 물론 법무부 승인을 얻어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는 있으나 지난 정권 때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광복절 특사를 통해 복권이 절실해진 이유다.

◇오너 부재 속 자율경영체제 '한계' 점차 드러내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은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요인이다. 그가 등기이사로 올라설 수 있게 되면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 대표이사,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CFO) 등 5명의 사내이사와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오르려면 사내이사 중 한명이 나와야 하는 셈이다. 등기이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되는 만큼 만약 이 부회장이 복권될 경우 이르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선임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삼성의 경영시스템에도 일부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오너가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면 미전실이 해체된 후 삼성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그룹의 결속력이 다소 느슨해진 채 전자부문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물산 중심의 EPC경쟁력강화TF, 금융부문의 금융경쟁력제고TF 등 3부문제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경영인 중심 시스템은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흘러온 듯 하나 삼성 안팎에서 전략제품에 대한 중장기적 목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갤럭시SS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발열사태, 반도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적 열위, IT기기 경쟁력 하락 등 일련의 이슈는 결국 경영시스템과 지배구조 문제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고 이 회장 시절처럼 강력한 오너십 경영도 아니고 애플처럼 전문경영인 체제가 뿌리내린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경영진의 권한이 커진 반면 책임감은 약해지고 내부조직 경직과 창의성 부재로 이어지는 만큼 이 부회장의 등판이 중요해진 시기"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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