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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공정 생태계 또 하나의 숙제 '소부장 클러스터 진화' [OSAT 보고서]⑩국산화·글로벌 진출로 경쟁력 확보해야,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 유기적 협력 중요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23 10:59:19

[편집자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패키징·테스트 외주기업(OSAT)은 유독 존재감이 약했다. 대만 ASE, 미국 앰코(AMKOR), 중국 스태츠칩팩(JCET) 등이 장악한 세계 OSAT 시장을 넘볼만한 기술도, 규모의 경제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적 과제인 비메모리 육성은 후공정(패키징·테스트) 생태계가 뒷받침할 때 풀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최첨단 패키징 기술을 어느 국가가 선점하느냐가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전쟁의 승패를 가를 '키'가 됐다. 취약한 후공정 생태계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삼성전자부터 OSAT 기업을 만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의견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9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징·검사) 생태계는 패키지·테스트 외주기업(OSAT) 힘만으로 지탱될 수 없다. OSAT와 협력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의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다.

OSAT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리스(설계 전문), 소부장 기업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덩어리의 밸류체인 클러스터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가 고르게 성장해야 서로 시너지를 내며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축이 돼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커왔기 때문에 OSAT 생태계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대만 ASE, 미국 앰코(AMKOR) 등 세계적 OSAT들은 '소부장 강자' 일본기업들과 주로 협력해왔다. 국내 OSAT를 키우려면 OSAT 진화를 뒷받침할 후공정 소부장 기업을 육성하는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OSAT-소부장, 현주소는

전공정(설계에서 제조) 작업이 끝난 웨이퍼(반도체 원판)는 후공정으로 넘겨진다. 패키징 작업은 크게 백그라인딩(웨이퍼 후면 연삭)과 다이싱(절단), 본딩(웨이퍼 칩과 기판을 접착), 몰딩(성형) 등의 과정으로 분류된다.

OSAT는 이 같은 패키징의 외주 물량을 책임진다. 국내 OSAT 중에선 하나마이크론과 SFA반도체, 엘비세미콘, 네패스가 세계 25위권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국내 OSAT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지 외주 물량을 소화하며 성장한 곳이 많은 데다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은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하다.

이렇다 보니 후공정 소부장 기업들이 국내 OSAT와 동반성장을 모색할 여건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 후공정 장비 시장은 초정밀 가공과 조립, 검사 기술력이 우수한 일본과 싱가포르, 미국 기업이 과점해 왔다.

OSAT 관련 장비기업 관계자는 "후공정 시장을 ASE, AMKOR가 잡고 있다 보니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국내 후공정 장비사들은 크게 성장하기가 어려웠다"며 "국내 후공정 장비사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포트폴리오가 주력이었는데 메모리 장비는 시스템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밀하지 않고 OSAT에 납품하는 종류도 적다 보니 기술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가 최초로 국산화한 마이크로쏘P2101 제품(한미반도체 홈페이지)

물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산화와 해외진출 성과를 내며 입지를 조금씩 키워온 기업들도 있다. 취약한 국내 OSAT 생태계에서 후공정 소부장 기업들의 생존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느냐에 달렸다. 해외진출에 성공해 모범 사례를 쓴 대표적인 기업은 한미반도체다.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데다 업황 불활실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 장비 매출 비중이 압도적(70%)으로 크다.

한미반도체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대만 파운드리 TSMC와 협력하는 OSAT를 타깃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했다. 반도체 패키지를 절단한 뒤 세척, 건조, 선별, 적재하는 후공정 장비 비전플레이스먼트(Vision Placement)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입지를 공고하게 다졌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일본 디스코(DISCO)로부터 전량 수입하던 마이크로쏘(Micro SAW)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마이크로쏘는 비전플레이스먼트에서 절단기능을 수행하는 핵심부품이다.

국산화한 마이크로쏘 기술은 다른 장비 국산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웨이퍼를 자르는 '마이크로쏘 W(웨이퍼) 타입' 장비도 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EMI실드와 TC본더, 플립칩 본더, 스트립그라인더 등 다양한 후공정 장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EMI 실드는 반도체 칩의 미세화로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기 위해 전자파 차단 금속막을 입히는 과정에 필요한 장비다. 스트립그라인더는 반도체 두께를 얇고 정밀하게 만드는 장비로 반도체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엑시콘이나 엠케이전자, 테크윙 등도 국산화 성과를 이뤄냈다. 엑시콘의 경우 일본이 독점해온 CMOS 이미지센서(CIS) 검사 장비를 상용화했다. 테크윙은 완성된 반도체의 최종 검사 관문인 파이널 테스트 과정에서 필요한 테스트 핸들러 장비를 제조하며 국내 테스트 하우스 밸류체인 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엠케이전자의 경우 본딩 와이어(칩을 기판에 연결할 때 쓰는 금속선)와 솔더볼(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공 모양 부품)을 NXP반도체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 등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패키징 기술의 진보, 소재·부품·장비의 진화

5세대 이동통신(5G)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 4차산업 발달로 고급 반도체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후공정 소부장 기업들이 도약하려면 경박단소화, 고성능화라는 반도체 트렌드에 맞춰 하이엔드 칩 생산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 장비를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진화하는 패키징 기술 흐름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탄탄한 R&D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장비사들의 경우 후공정 장비 강자인 일본이 독점한 기술 중 특허가 만료된 것들을 국산화하려는 움직임과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허 확보뿐 아니라 결국에는 고객사가 많아져야 성장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큰다면 OSAT는 물론 후공정 기업들도 동반성장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강화가 OSAT 생태계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국내 후공정 생태계가 탄탄해지면 글로벌 팹리스를 국내 파운드리로 유치하는데도 훨씬 유리해진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은 국가 차원의 OSAT 지원책을 담은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와 장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국기업을 갖춘 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며 "일본에 공장을 지으면 소재와 장비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연구개발에도 보탬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반도체 인재 유치에만 너무 확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OSAT 와 소부장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OSAT와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후공정 소부장 기업은 물론 대학과 연구소를 아우르는 산학연 위원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공동개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부장이 선제적인 후공정 솔루션을 OSAT에 제공하고 OSAT는 성능 평가, 신뢰성 검증을 지원하는 등 서로 유기적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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