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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더벨 경영전략 포럼]'칩4=중국 배제'란 인식 버려야…미국과 협력, 유리한 점 많다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26 10:56:03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5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미국 주도 '칩4'(한·미·일·대만 반도체 동맹) 참여 문제를 두고 시끄러운 것은 칩4 동맹의 목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데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칩4를 두고 '중국을 견제하는 네 나라 간 동맹' 그림으로 부풀려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사진) 25일 열린 '2022 더벨 경영전략 포럼'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칩4에 참여할 경우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건 칩4가 곧 '중국 배제'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미국은 네 나라를 콕 집어 '동맹하자', '기구를 만들자'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 동맹국들이 한국과 대만, 일본이다 보니 이들이 모여 미국의 공급망 회복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한 것이 (국내에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칩4 동맹에 '가입'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칩4 참여해도 중국 보복 리스크 높지 않아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일어섬)를 견제하는 것은 분명하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담겨 있지 칩4 동맹 자체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지적이다. 지난해 미국 백악관이 내놓은 반도체 정책권고안에 '동맹국 파트너와 협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칩4 동맹은 이 권고안의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제안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뿐 아니라 대만, 일본, 유럽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제조 분야에선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와 협력하고, 일본이나 유럽과도 반도체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 투자를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미국에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칩4동맹은 반도체 설계(미국)와 제조(한국, 대만), 장비(일본)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미국 동맹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도모하자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이미 한국은 미국과 반도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칩4동맹 안에 들어갈 경우 중국의 보복이 우려된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또 "중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선 보복할 수 없다"며 "중국은 반도체(부품)을 수입해 전자제품(완성품)을 만들어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고,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려고 반도체 수입을 금지한다면 반도체 가격이 올라 오히려 자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또 "초기에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하면 보복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최근엔 '한국이 칩4에 가입해도 중국을 소외시키지 말아달라'는 식으로 톤다운이 됐다"며 "보복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반도체 굴기가 서서히 성과를 내면, 자국 반도체 제품을 우선적으로 채용할 것이므로 시간이 갈수록 한국이 중국 시장에 팔 수 있는 반도체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칩4 가입에 따른 보복 문제와 상관없이 한국 반도체 기업이 대비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과 협력 중요…'메모리 1등' 한국도 칼자루 쥐었단 자신감 가져야

중국은 한국 반도체 생산량의 약 60%를 사들이는 최대 소비국이다. 미국은 1950년대 최초로 반도체를 개발해 현재까지 원천기술과 장비기술을 갖고 있는 반도체 종주국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김 연구원은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에 더 방점을 찍었다. 그는 "미국과 협력관계를 이어갈 때의 장점은 미국의 반도체 원천기술과 장비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또 다른 국가들과도(미국 반도체 동맹국)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국내 반도체 기술 발전과 생태계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미국과 협력을 안 했을 때의 장점은 거의 없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라지는 정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로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나라"라며 "무조건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위태로운 게 아니라 우리도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눈치만 보지 말고 우리의 무기를 잘 활용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과 교류하는 국가들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충분히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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