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05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속된 약세장에 조용하던 가상자산 업계가 분주해졌다. 점유율 3위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가상자산 산업에서 은행 계약이 내포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은행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판세를 바꿀 중요한 요소다. 2018년 실명계좌 규정 시행 당시 은행과 제휴를 맺은 곳은 업비트, 코인원, 빗썸, 코빗 단 네 곳뿐이었다. 올해 초 고팍스가 합류하면서 4년만에 신규 진입이 허용됐다. 아직도 스무 곳 넘는 중소형 코인 거래소들이 은행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거래소와 은행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는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증명했다. 업비트는 2020년 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제휴사를 바꾼 후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현재는 점유율 90%를 차지한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업비트도 케이뱅크를 만나기 전까지 2위에 머물렀다. 기업은행이 신규고객에게 계좌를 내주지 않아 고객 유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따라 거래소 점유율이 달라진다는 걸 증명한 사례다.
카카오뱅크는 오랜 기간 다양한 거래소들과 접촉한 후 코인원을 선택했다. 공을 들인 만큼 협업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내심 '제2의 업비트-케이뱅크 사례'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카카오뱅크가 코인원을 앞세워 가상자산 사업을 간접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빗이 만든 가상자산 수탁사인 케이닥에 투자한 신한은행처럼 말이다.
이번 협업 소식이 영향을 미친 건 비단 당사자들뿐이 아니다. 경쟁사들이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인원의 점유율 상승을 예측하고 사용자 편의성 개선, 마케팅 활성화 등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한 방안을 속속 논의 중이다.
가상자산시장의 메기효과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업계가 각자의 생존전략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도 약세장에서 말이다.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나쁠 건 없다. 고객을 놓치기 싫은 거래소들이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 중이고 은행 선택지도 하나 더 늘어났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깨지지 않는 압묵적인 룰 '1사-1은행' 제도다. 법에는 명시된 게 없지만 거래소는 단 하나의 은행과만 제휴를 맺을 수 있다. 코인원도 기존 제휴사인 농협은행과 계약을 조기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은행에 구애받지 않고 쓰고 싶은 가상자산거래소를 골라 쓸 수 있는 환경이 온다면 보다 건강한 경쟁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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