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농심, '달라진 오너십' 기업사냥 본능 깨어나나 천호엔케어 매각 예비입찰 참여, 신동원 체제 첫 인수 '시동'

이효범 기자공개 2022-09-07 08:15:3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이 신동원 회장 체제 아래 첫 인수합병(M&A)를 성사시킬지 주목된다. 타깃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사 '천호엔케어'다. 올들어 원부자재 상승에 따라 24년만에 적자를 내는 등 라면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체육과 함께 건기식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 라면 매출 비중을 줄이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천호엔케어 인수전에 참여했다. 매각 예비입찰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에 올랐다. 농심 관계자는 "검토 중인 단계로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천호엔케어의 전신은 천호식품이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라는 광고 멘트로 건기식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거래 대상은 특수목적법인(SPC) 에이콘제1호와 밸리치더블케이가 보유하고 있는 천호엔케어 지분 76.8%다. GP(업무집행조합원)인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PE)가 사모펀드를 통해 SPC를 지배하고 있다.

천호엔케어 인수전은 아직 초기 단계로 농심이 인수를 성사시키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라면 시장에 주력해온 농심이 사업 다각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가진 농심이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그동안 드문 일이었다.


농심이 이번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신 회장 체제 아래 첫 M&A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농심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한 사례로 2020년 10월 '농심이스포츠'를 134억원에 취득한게 가장 최근이다. 신 회장은 2021년 7월 공식적으로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2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건기식과 대체육 등 신사업을 통한 성장 모멘텀 확보를 농심의 미션으로 제시했다. 또 "주력사업의 핵심가치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의 미래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
그는 라면사업에 집중해온 부친과 달리 신라면의 뒤를 이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신 회장이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도 대체육 사업이다. 라면 건더기스프 생산 기술을 접목해 대체육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체육 간편식 브랜드 '베지가든'과 비건 전문 레스토랑 '포리스트키친'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건기식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분야다. 2020년 '라이필 더마 콜라겐' 이후 2년만인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신제품 '라이필 바이탈 락토'를 출시했다. 농심은 건기식 상품을 늘리고 판매채널으 확대해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천호엔케어를 인수할 경우 건기식 사업 확장 계획을 한층 더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이처럼 신사업을 강조하는 것은 라면에 쏠려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무관치 않다. 일찌감치 라면에 집중된 사업구조로 인한 리스크를 인식해온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신라면' 등으로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랜기간 라면시장에서 한우물을 판 결과다. 하지만 라면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가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올해 2분기 별도기준 영업손실 30억원을 낸 배경이다. 1998년 2분기 이후 영업적자를 낸 건 24년만이다.

농심의 매출 가운데 라면 매출액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라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뚜기,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 등과 비교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라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것도 이같은 사업구조와 연관성이 깊다.

업계 관계자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데 집중해온 창업주와 비교해 신동원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며 "천호엔케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