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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P 전략 어디로]프리미엄 전략에 유효한 'OLED', 관건은 '원가 절감'②가격 민감도 높은 TV 시장…높은 OLED 제조원가가 시장 확대 걸림돌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20 13:14:43

[편집자주]

의도된 전략적 모호성일까, 아니면 삼성전자 특유의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실행해 나가는 과정일까. 세계 1위 TV업체 삼성전자의 OLED TV 전략 방향성이 뚜렷하지는 않다. 삼성이 지향하는 프리미엄 TV 전략을 펼치려면 LCD를 뛰어넘는 차세대 OLED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와중에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이달 초 열린 베를린 IFA에서 OLED TV 생산 확대를 시사했다. 전향적인 입장 변화다. 그러나 실제로 삼성전자가 OLED 라인업을 강화하기까지는 여러 관문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리미엄 TV 전략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경쟁사를 압도하는 하이엔드(최고 성능) 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TV(브랜드명 QLED)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LCD 전략을 계속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TV 시장이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LG전자나 일본 소니가 공격적인 OLED TV 마케팅을 펴는 상황에서 자칫 시기를 놓치면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또 삼성전자는 대형 OLED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도 크게 따돌려야 하는 중장기적 과제도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라인업 최상단에 놓고 있으나 비싼 생산비용 탓에 대중화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 역시 OLED TV 시장 주도권을 쥐고 가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만 있는 데도 이유는 있다. OLED TV는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제품인데, 아직까진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OLED TV 전략이 속도를 내려면 제조원가 절감이 어느 정도는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세트(삼성전자)뿐 아니라 패널 공급사(삼성디스플레이)가 함께 맞춰가야 할 과제다.

◇미국·유럽에서 OLED 전략이 중요한 이유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퀀텀닷(QD)-OLED 패널을 탑재한 OLED TV를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만 팔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OLED TV를 프리미엄 전략의 한 축으로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까진 상당히 적은 물량만 판매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개척해가고 있는 OLED 시장에 발을 걸쳐둔 정도다. 반면 LG전자나 소니의 경우 상당히 적극적이다. OLED TV 시장 1위인 LG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소니는 QD-OLED TV를 최상위 TV 제품으로 놓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북미와 유럽은 최대 가전 시장인 데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가 많아 프리미엄 TV 전략을 펴기에도 적합하다. 특히 유럽은 OLED TV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QD-OLED TV는 전체의 50.1%가 유럽에서 팔렸다.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브랜드의 전략적 요충지인 유럽과 미국에서 LG전자와 소니가 OLED TV 시장을 선점하고, 삼성전자가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되는 걸 1등 업체인 삼성이 원할 리는 없다.

OLED 시장 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엄청 늦었지만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OLED TV 사업으로 방향을 급선회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중국 세트 업체들에 미니LED TV 시장마저 내주는 최악의 시점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IFA '메세베를린' 내 LG전자 전시관에서 외국인 관람객이 LG전자의 OLED TV를 살펴보는 모습(사진=김혜란 기자)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 극복해야

OLED TV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해도 삼성전자나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에 대한 추가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익성'에 민감한 삼성전자가 당장 공격적으로 뛰어들기에는 OLED TV 시장이 지금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LCD와 OLED TV는 소비자의 가격민감도가 높은 제품이다. OLED 패널 제조원가는 LCD의 수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패널 원가를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옴디아는 올해 상반기 65인치 4K 기준 QD-OLED 패널 제조원가를 1065달러(약 147만원)로 추정했다.

세트사는 '이 정도면 팔린다'는 소비자 가격을 책정해놓고, 여기에 맞춰 부품을 구매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OLED 공급 계약을 논의하다 중단된 것도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QD-OLED 패널 가격은 같은 크기의 W-OLED 패널보다 다소 비싸다고 알려져 있으니 공급 협상이 진척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OLED TV 제조원가가 높다보니 LCD TV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있는데도, TV 1대를 판매했을 때 삼성전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LCD보다 OLED TV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 판매가격을 보면 삼성전자 QD-OLED TV 65인치가 3900달러(약 543만원)이다. LCD TV인 65인치 4K QLED TV는 약 1500달러(약210만원)에, 그보다 상단 라인업인 65인치 4K 네오 QLED는 약 2000달러(약 2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OLED가 LCD보다 진화된 기술이더라도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투자해서 돈이 된다면 어떻게든 캐파(생산능력)를 늘릴테지만 수익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삼성전자 경영진 입장에선 빨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원가절감과 규모의 경제 두 가지를 달성한다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옴디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제조원가를 지금보다 41.2%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고 분석했다.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삼성전자와의 협상에서도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 그러나 QD-OLED는 지난해 말 양산을 막 시작한 터라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에 LCD TV 시장이 기존 브라운관(CRT) TV를 제치고 갑자기 확 커졌다"며 "당시는 브라운관 TV는 무겁고 크기가 커서 LCD TV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LCD와 OLED를 놓고 봤을 때 폼팩터(형태)에선 큰 차이가 없고 일반 사람들이 화질 차이를 체감하기도 어렵다. LCD TV도 나쁘지 않은데 100만원 이상 더 주고 OLED TV를 사기엔 망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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